액체생체검사(Liquid biopsies), 인간세포 도감(The Human Cell Atlas), 게놈백신(Genomic vaccines) 등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한 '레드 바이오' 기술에 돈과 인재가 몰리고 있다.

레드바이오는 생명공학이 의학·약학 분야에 응용된 개념으로, 혈액의 붉은색을 본따 붙여진 명칭이다. 질병 예방, 진단, 치료와 관련된 신약 개발, 진단시약, 줄기세포 등이 포함되며 주로 의료 및 제약 관련 바이오산업을 말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에서 '2017년 미래유망기술(Top 10 Emerging Technologies of 2017)'을 발표했다. WEF의 전문가 네트워크와 글로벌 미래위원회(Global Future Councils),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자문위원회는 '가까운 미래에 삶을 개선하고, 산업을 변화시키며, 지구를 보호하는 데 잠재력을 가진 10대 기술을 매년 선정한다.

아마존, 소프트뱅크도 투자… '액체 생체검사(Liquid biopsies)'

액체생검(Liquid biopsies)은 간단한 혈액 샘플에서 암(癌)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암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혈액에 돌아다니는 유전자(DNA) 속 암세포 조각들을 발견하고 이를 검사,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고형암 환자의 피 속에는 암세포에서 흘러나온 DNA 조각인 '순환성 세포 유리 종양 DNA(ct DNA)'가 있다. 원래 이런 DNA 조각은 매우 다양한 비율로 혈액에 극소량만 섞여 있다. 최근 유전자 기술 발달로 DNA 조각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분석, 증폭, 배열할 수 있게 됐고 암까지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WEF 제공

WEF 보고서는 "그동안 암을 진단하기 위해 진행한 침습적 조직 검사(조직 생검)는 선택된 종양만을 검사하기 때문에 주변의 더 위험한 세포를 놓칠 수 있는 약점이 있다"면서 "반면, 액체 생검은 종양세포 특유의 돌연변이 등을 대량으로 탐지할 수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침습적 조직 검사에 비해 액체생검이 더 빠르고 간편하며 검사 결과의 정확도 역시 더 높다고 말한다.

IT업계에서 큰 획을 그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도 액체생검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3월 세계적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일루미나(Illumina)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그레일(GRAIL)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레일은 액체생검 기술 개발과 대규모 임상 시험 목적으로 아마존과 주요 제약 회사들로부터 9억 달러(1조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5월 액체 생검업체 가든트헬스(Guardant Health)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향후 5년간 100만명의 사람들에게 액체 생검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로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투자자로부터 3억6000만 달러(4000억원)를 모았다.

이 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스타트업 프리놈(Freenome)이 6500만 달러(72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액체생검 업체들의 투자 시장에서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액체생검 기술의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액체생검 기술의 광범위한 사용법을 찾아야하고, 암을 얼마나 정확하게 검출하는지, 실제 암 환자의 치료 결정에 도움을 주는지 등을 제대로 증명해야 하는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WEF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WEF는 "수십 개의 회사가 이에 관한 자체 기술을 개발 중이며 검사(test) 시장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면서 액체 생검이 빠르고 쉽게 암을 진단하고 건강한 사람을 판별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체 조직 모든 세포를 규명 '인간 세포 도감(The Human Cell Atlas)'

'인간 세포 도감(Human Cell Atlas)'도 WEF가 꼽은 유망 미래 기술 중 하나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인체 조직 내 모든 세포 유형의 신원을 밝히려는 기술 프로젝트다. 인체 내 각각의 유전자와 단백질, 다른 분자들이 각 유형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어떤 프로세스가 이들의 활동을 통제하는지, 또 세포가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유전적 변이 혹은 세포가 다른 측면에서 변화를 겪을 때 인체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등등 방대하고 복잡한 인간 세포의 도감(Atlas)을 완성하는 것이다.

2016년 10월 인간 세포 도감(Human Cell Atlas) 프로젝트 창설 기획 회의가 국제 컨퍼런스 형태로 열렸다. 당시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챈 저커버그 부부가 딸의 출생을 기념해 설립한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han Zuckerberg Initiative)'가 이 프로젝트를 후원해 주목을 받았다.

1년 후인 올 6월에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인간 세포 도감 연구결과를 체계화할 '개방형 데이터 조정 플랫폼' 구축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후원은 물론 엔지니어링 지원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인간 세포 도감 프로젝트는 게놈(유전체), 전사체(유전자로 만든 RNA), 프로테옴(단백질), 대사체(당, 지방산과 같은 소분자, 세포과정에 의해 생성되는 아미노산), 흐름체(다른 조건 하에서 속도가 다를 수 있는 대사 반응)를 탐구하는 각 연구들을 통합하고 이 결과들을 세포에 매핑한다.

이를 통해 몸의 모든 유형과 상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질병 발현 과정에 대해서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돼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웨덴, 덴마크, 중국 및 인도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1000만개 이상의 이미지가 생성됐으며 전문 병리학자들의 주석이 달렸고 30개의 세포구획 및 여러 세포 내 소기관 내 1만2000개 이상의 단백질의 위치에 관한 고해상 지도가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의 모든 연구 결과는 제한 없이 연구 커뮤니티에 제공되고, 사용자는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색할 수 있다.

WEF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단백질 지도(Human Protein Atlas)는 거의 완성됐다"면서 "인간세포도감(Human Cell Atlas)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는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healthcare)를 실현하는 데 매우 유용하고 가치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료법 없었던 신종 전염병 물리치는 '게놈백신(Genomic vaccines)'

지카(Zika), 에볼라(Ebola) 같은 신종 전염병이 잇따라 창궐하며 전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의료기관들도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도 기존 독감 백신과 계통이 일치하지 않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WEF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게놈백신 (Genomic vaccines)'에 주목했다.

기존 전염병 예방 표준 백신은 미생물들로부터 죽거나 약해진 병원 균이나 단백질로 구성된다. 암 치료제 역시 단백질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달리 새로운 종류의 게놈백신 (Genomic vaccines)은 단백질 중심이 아닌 '유전자(DNA나 RNA)'로 구성된다.

기존 백신이 항체 제조가 느려 발병을 키우는 반면, 유전자 백신은 체내에서 직접 항체를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유전자 백신을 인체 내에 주입할 경우 유전자가 세포에 들어가 선택된 단백질을 만들기 때문에 항체 제조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와 학계를 중심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에볼라, C형 간염, HIV, 유방암, 폐암, 전립선 암, 췌장암 및 기타 암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면역 원성을 시험하기위한 다양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DNA 백신이 지카 (Zika)로부터 인체를 보호 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한 다중 사이트 임상 시험에 착수한 상태다.

WEF는 "게놈 백신은 지카나 에볼라와 같은 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전염되거나 광범위하게 확산됐을 때 빠른 제조를 포함한 많은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