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초선 국회의원은 총 132명. 국회에서는 초선 때는 정책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재선 때부터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문성을 무기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초선들이 정책 개발에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초선 의원 중 적지 않은 수가 기재위, 정무위, 산자위, 국토위, 환노위 등 경제 유관 상임위에서 당의 주요 정책을 생산하는 키맨(key man·주요 조정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두번째 국정감사를 앞두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소득세·법인세율 인상, 반대할 명분 없지만 세련된 방법 찾아야"
"재벌개혁, 새로운 화두 던져야…산업구조조정, 너무 정부 주도적"
"국민연금 공공투자, 수익성 추구 본질 훼손할 수 있어"
"장하성·김상조, 개혁 속도내기 기조 때문에 너무 서두르는 듯"

국내 두번째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다. 출범 5일 만에 계좌 수는 100만개를 돌파했고, 체크카드 신청 건수는 60만건을 넘었다.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과 기대감에 불구하고 정작 인터넷 전문은행 측은 태생적 한계로 고민에 빠졌다.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가질 수 있게 한 '은산(銀産)분리' 규정 때문이다.

산업자본은 금융위 승인을 얻으면 지분을 10%까지 가질 수 있지만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다. 대기업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빼다 쓰는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규정 때문에 두 인터넷 전문은행은 설립을 주도한 IT기업보다 기존 은행과 증권사의 지분율이 높다. "IT 기업이 은행 경영에 참여하도록 해 혁신과 경쟁을 유도 한다"는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대출 신청이 쇄도하면서 자본금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IT기업들은 다른 주주보다 재무 여건이 괜찮아도 지분율 규제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화두가 됐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인터넷 전문은행과 관련해 제출한 법안만 5개였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개인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을 뺄 지, 산업자본이 보유 가능한 지분 한도는 어디까지 넓혀야 할지 등 쟁점이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합의가 불발된 이유는 은산분리에 대한 정치적 견해 차였다.

은산분리 완화는 재벌사금고화를 막기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은산분리 완화 기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인터넷 전문은행 두 곳이 모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정무위, 비례대표)은 "민주당이 은산분리 완화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경제부처는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낼 것 같고,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면 (은산분리 완화가)추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경제개혁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하며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지만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중재안을 냈다. 법안심사 소위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필요성에 대해 더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기업활동의)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법을 먼저 통과시키고 유예기간을 둬서 현재 사업을 시작한 투자자들이 의사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찾은 채이배 국회의원(국민의당, 정무위)의 책상은 신문과 각종 서류로 어지러웠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채이배 의원의 책상은 어지러웠다. 신문과 각종 서류로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가 촬영을 하려다 말고 "다녀본 의원실 중에 서류가 가장 많다"고 했을 정도였다. 옷 차림도 정장이 일상인 여느 국회의원과는 달랐다. 분홍색 피케셔츠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백팩을 즐겨 매는 국회의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20여년 간 시민단체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운동을 하다 국회에 입성한 채 의원은 국회의원이면서도 여전히 시민운동가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계속 공부하고, 질의하고, 요청 한다고 했다. 스스로도 "국회에 들어오기 전과 역할이 달라진 건 없다"면서 "다만 질의와 요청에 대한 행정부의 반응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전환, 성급하게 추진해 부작용 클 것”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소득 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은 공감하지만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목표시점을 2020년으로 할 지, 2022년으로 할 지를 두고 대선기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싸웠다. 우리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1~2년 늦추더라도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의 임금부담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정부가 입김을 넣어 공약을 달성하려고 내년 16.4%라는 과도한 인상률을 정해버렸다. 정부가 세금으로 영세 자영업자를 지급한다고 했는데 차라리 복지 정책으로 돌려주는 게 맞다. 부작용을 메우기 위한 대책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 같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도 방향은 맞다. 하지만 모두를 정규직으로 만들 순 없다. 비정규직도 노동자들이 필요에 의해 선택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사례를 보면 비정규직을 저임금 정규직으로 꼼수를 써서 바꾸는 대안을 낸 것이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을 던지듯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을 텐데, 정부가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을 낮춰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임대료나 카드 수수료 같은 것들이다. 지원이 없으면 물가 인상 요인이 되는데 결국 경제적인 약자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영업자 뿐 아니라 근로소득자의 주택가격, 교육비와 교통비 안정 등도 같이 조율되어야 한다."

채이배 의원은 여당이 추진하는 명목세율 인상에 대해 “반대할 명분은 없지만 좀 더 세련된 방법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솔직히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본다.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좀 더 세련된 방법을 논의하면 좋겠다. 세제는 기업에 지원하느냐 개인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논의를 건너뛰고 가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대선 때도 세율 인상에 동의한 바 있다. 그 부분은 (여당과)협조가 될 수 있을텐데, 세율 인상 정도나 추가적인 세법 개정 사항을 야당이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다."

채 의원은 고려대 재학 때 장하성 실장(당시 경영학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인연을 맺었다. 장 실장이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제 멘토로 활동하면서 채 의원이 자연스럽게 국민의당에 들어가게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경제개혁연대에서 함께 활동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인연이 있다. 학계에 있을 때와 공직자가 된 지금 행보를 비교한다면?
"정부 전체적으로 속도를 빨리 내야 겠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여러가지 개혁과제를 이뤄내지 못하다가 금새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추진동력을 잃어 성과를 못 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지지율이 높고 힘을 받았을 때 빨리 추진하자는 전략인 것 같은데 국회와 협의가 부족하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한 달 간 너무 많은 것을 쏟아냈다. 신문 경제 1면을 거의 공정위가 장식하지 않았나. 기업 갑을문제, 프랜차이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총수를 만난 것도 결국 일이 다 해결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김상조 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사장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면 그런 논의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것 아니겠나."

채 의원은 작년 5월 국회에 처음 입성한 뒤 2~3개월 동안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상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개정안을 쏟아냈다. 다른 초선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경제개혁연대에서 수차례 정책 제안을 했던 경력 덕분에 수월했다고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벌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단일화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재벌총수 가족의 소유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장상 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율을 30%만 보유해도 다중대표소송제를 적용 받게 하고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하도록 하고 ▲주주가 요구하면 집중투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정관에 명문화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해왔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상법과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은 그동안 장하성 실장과 김상조 위원장과 같이 추진했던 내용이라 (문 정부의 정책 방향과)다르지는 않다. 공정거래법 개정은 시행령을 다듬으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 다만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상법 개정은 시행령이 따로 없고 법을 고쳐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장기 과제로 갈 것 같다. 이런 것을 안한다고 재벌 개혁을 전혀 못하는 것도 아니다."

◆ “산업 구조조정 시장에 맡겨야…국민연금 공공투자는 본질 훼손”

채이배 의원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적인 자금 투입을 지양하고 모험자본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수조원의 혈세가 또 투입됐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대우조선 사태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결과물로 나타난 부패다. 구조조정과 창업은 시장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는 시장이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가 너무 꽉 쥐고 있다. 구조조정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막대한 돈을 투입하니 시장에서 나설 필요가 없다. 근본적으로 자본시장에서 모험자본의 역할이 필요하고, 정부는 모험자본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직접 돈 투입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8년 한화그룹에 매각하려다 노조 반대로 결국 실패했다. 당시 산은이 매각자 입장에서 너무 가격을 높게 불렀다. 한화가 인수했다면 한화도 힘들어졌을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 안해서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딜이 깨지면서 대우조선이란 회사가 관치에 의해 버티고 MB때는 관치 수단이 되어버렸다.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려면 펀드를 만들면 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는 그런 펀드가 활성화 됐다. 그런 자금이 구조조정에 참여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는데, 요즘은 정부가 워낙 꽉 쥐고 있으니 시장 자체가 안 움직이는 것 같다."

―한진해운에 추가로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은 것도 잘한 결정이라고 보나.
"그렇다. 명확하게 사기업의 책임이 있다. 그 부실 책임을 국가가 다 떠안을 순 없다. 물류대란이 나지 않게 후속 지원을 잘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대우조선도 마찬가지이고 경쟁력 없는 회사를 살릴 순 없다. 구조조정을 하면 반드시 실직 문제가 생기는데, 사회안전망을 통해 재교육 받고 재취업 받게 해줘야 한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문제도 불거졌다.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가 최근 공공투자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겠다고 하면서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다. 국민연금은 돈을 많이 벌어서 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공 부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건 연금 기능 자체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거다. 큰 돈이 있으니 재정 투입이 힘들 때 투입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금운용본부가 독립해야 한다고 본다. 복지부 산하에 있으면 정부의 정책에 휘둘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도 권력의 입김 때문이다. 최대한 독립적으로 만들어 연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논의가 더 필요하다."

채이배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 이슈가 가장 현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번째로 국정감사를 맞게 됐는데, 정무위의 주요 현안은 뭔가.
"공정거래 이슈가 가장 현안이 될 것이다. 프랜차이즈나 대규모 유통업, 하도급 관련 현안이 많고 법 개정 사항도 많다. 지금 정부가 오롯이 근로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하고 있는데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이 부각될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 때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질의하려고 한다.

재벌개혁은 아직까지 시대적 과제이지만, 이제 모든 국민이 필요성을 느끼고 정치인과 관료들도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니 신경 안써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디테일은 챙겨야 겠지만 이제 새로운 화두를 챙겨야 한다고 본다. "

―1년여 동안 의정활동을 했는데,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점은 안될 것 같다. 국회의원의 주요 역할이 행정부 역할을 감시하고 법안을 발의하는 거다. 법안 발의는 많이 했는데 통과된 건 3건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 더 신경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 채이배 의원은…장하성·김상조와 활동한 ‘재벌구조개혁 전문가’

1975년생인 채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지난 20여년 간 시민단체에서 일감몰아주기 등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장하성 실장(당시 교수)의 강의를 듣고 회계 분야에 흥미를 느껴 회계사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회계사 시험 합격 후에는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그는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경제개혁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스승인 장 실장과 함께 주주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대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를 감독하는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했다. 2006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장하성 펀드)가 투자할 회사를 분석하는 일도 했다.

국민의당에 입당하게 된 계기도 장 실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국민의당에서는 선거 기간 국민경제 태스크포스(TF) 상황실장, 공정경제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 이후 그는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시민단체 상사였던 김상조 위원장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 정치적으로 다른 길로 갔고, 장하성 실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국정에 참여하고 있다. 채 의원은 야당 핵심 브레인으로 금융·공정거래 등의 정부 경제정책을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