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떠도는 돈이 전례 없이 많습니다. 그런 와중에 글로벌 경제까지 좋죠."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

"투자자분들이 저보다도 기업 지분율 관계를 더 알고 계시더군요. 지배구조면에서 이렇게 잘 아시는 분들을 봐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증권 영업점 관계자)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전에 없던 고점이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비관론을 뒤로 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과거 상승장은 주기적으로 반복됐지만 최근 상승장의 풍경들이 지난 상승장과는 좀 다르다고 말한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조선DB

① 이렇게 투자 환경이 좋을 때가 또 있을까요?

NH투자증권·삼성증권·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들은 글로벌 투자환경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점을 과거 상승장과 다른 점으로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할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모두 여전히 곳간을 열어둔 상태다.

동시에 경제 상황도 좋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구매자관리지수(PMI)와 같은 경기 지표들이 모두 경기 위축을 뜻하는 기준선 50 미만이었지만, 최근엔 일제히 50을 넘기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IHS마르키트가 제공하는 미국의 7월 종합 PMI 예비치는 6개월 만에 최고치인 54.2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7월 종합 PMI 예비치도 55.8이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때가 또 올까 싶다"며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경기 개선이 동시에 일어나는 교과서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는 장세"라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서 한국수출이 회복됐고 덩달아 상장기업의 수익성이 강화됐다"며 "수익성에 발맞춰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 지배구조·배당률 술술 외는 스마트 투자자 늘어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 지배구조와 배당률을 꿰고 있다는 것도 최근 증시 상승장에 다른 점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례에서 대주주의 지분이 많은 쪽에 편승하는 편이 투자에 유리하다는 점을 학습했던 결과다.

최근 들어 증권사 지점에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으로 무장한 개인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승계까지 고려한 종목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강조되면서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간파하고 배당주를 콕 집어서 투자하기도 한다.

신영증권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지분 관계, 배당 여력까지 줄줄이 꿰고 있어 '증권쟁이'로서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현대중공업 그룹주나 두산그룹주 등 지배구조 개선주나 전통적 고배당주, 잠재적 배당 개선주, 우선주 등을 묻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동시에 상승장이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6년간 이어왔던 박스권 증시가 뚫렸던 요인 중 하나로 삼성전자(005930)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꼽았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진보 성향 정부의 경제이념이 선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 IT 쏠림…"대형주 순환 상승하던 과거와 달라"

IT주만 집중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 최근 아마존의 실적 부진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상승동력 약화로 IT주가가 소폭 하락하는 모양도 보였지만, 여전히 IT주의 독주는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조경표

2012~2013년 대세 상승기 당시에는 IT주와 이른바 차·화·정(자동차주, 화학주, 정유주) 등으로 상승불이 옮겨가며 증시가 상승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오르면서 국내 수출주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원화 환율 상승은 곧 수출 경쟁력 향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 달러화의 방향은 정 반대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20원대까지 하락했다. 연중 최저점(1112원) 근처까지 내려갔을 정도다. 이는 모든 수출주가 좋을 수 없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글로벌 경기 개선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과거와 달리 IT 하드웨어 원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지수는 초라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산출한 코스피 지수는 1880 수준으로 2000도 채 넘지 못한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도 코스피지수의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4.5%라고 추산했다. IT주를 제외하면 다른 종목들은 그다지 오르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홍숙아 미래에셋대우 PB는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 투자한 분들은 상승장의 온기를 느끼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