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의 칼날이 프랜차이즈 업계를 향하고 있다. ‘갑질’과 ‘폭리’로 얼룩진 비즈니스 모델에 주요 가맹본부 오너의 부적절한 행위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왼쪽)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한국프랜차이즈협회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올 1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6대 회장에 취임한 박기영 회장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7월 18일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 대책’을 발표하자, 박 회장은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정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7월 28일엔 김상조 위원장을 만나 ”10월까지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기영 회장은 7월 31일 서울 서초동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 ‘백 투 더 베이식스(Back to the basics)’,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의 성공이 가맹본부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구호에만 그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이제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오는 8일 총회를 열어 김상조 위원장과의 간담회 내용을 회원사에 전달하고, 프랜차이즈산업 혁신위원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박기영 회장은 “혁신위원장은 친가맹본부 인사가 맡으면 안된다”면서 “혁신의 화두가 ‘상생’인만큼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를 모셔오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유통마진 원가 실태조사를 실시하려는 데 대해선 “업체의 기업 비밀일 수 있는 유통마진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했다”면서도 “간담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유통마진 정보가 오용 및 마진의 왜곡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 위원장의 약속을 신뢰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김 위원장이 ‘만일 원가 내용 일부를 공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도 협회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정률제 로열티’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아야 한다는데 공정위와 인식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정률제 로열티란 가맹점의 매출에 대해 일정 비율, 가령 매출 5%를 가맹본사에 로열티로 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가맹점 매출이 커질수록 본사의 수익도 커지게 된다. 박 회장은 “로열티는 프랜차이즈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가맹점의 매출에 연동되는 정률제 로열티는 가맹점의 수익이 늘어야 가맹본부도 이익을 낼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상생의 핵심”이라고 했다.

다만 유통마진을 아예 없애고 정률제 로열티를 전격 도입하는 것은 현실상 무리라고 봤다. “기존의 물류 마진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이고 대신 매출의 1~2%를 로열티로 받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물류를 원가로 하고(물류 마진을 없애고) 매출의 5~7%를 로열티로 받겠다고 그러면 가맹점에서도 반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시장 충격은 최소화하면서도 로열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열티의 단계적 도입에 대해선 김상조 위원장과 박기영 협회장이 의견을 같이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7월28일 김상조 위원장과의 간담회는 어땠나? 회원사들의 반응은?
"진작에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던 계기였다. 공정위의 뜻과 방향에 대해서 이해를 했고 업계 의견도 충분히 전달했다. 회원사들은 공정위의 유통마진 실태조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다소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강한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조사 대상인 회원사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 원가 공개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원가 공개를 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시장 경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 김상조 위원장에게도 원가 공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나?
"했다. 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도 밝혔다. 경제학자 출신인 김상조 위원장도 공감했다. 다만 공정위 입장에선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통행세, 리베이트, 폭리 의혹 등의 지탄을 받고 있으니 업종에 따라 마진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 우려가 있지만 공정위를 믿고 실태조사에 응하자는 게 협회의 공식입장인가?
"그렇다. 김상조 위원장으로부터 유통 마진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라는 진정성을 봤다. 유통 마진에 대한 왜곡을 막기 위해서 발표를 할 경우, 협회와 협의 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특히 특정 업체를 특정해서 발표하진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협회가 내놓을 자정안 수위에 따라 원가를 발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분명하게 이야기한 만큼 협회장 직을 걸고 신뢰한다."

- 회원사들이 간담회 내용에 대해 많이 궁금해할텐데 어떻게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
"김상조 위원장과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8월 8일 총회를 열어 전달할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한국프랜차이즈협회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공정위는 유통 마진 대안으로 로열티를 제시했다. 로열티 문제에 대해선 어떤 단계까지 의견을 교환했나?
"공정위뿐만 아니라 가맹점주협의회도 로열티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로열티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적인 핵심이다. 정률제 로열티를 도입하면 가맹점의 수익이 늘어야 본사에서도 이익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상생이 된다. 프랜차이즈가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점도 여기에 있다."

- 한국 시장에서 로열티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로열티 제도가 초기에 성숙하지 못한 것은 업체의 과당 경쟁에서 비롯됐다.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가맹비, 교육비, 로열티를 안 받는 3무(無) 정책이 판을 쳤다. 2000년대 초 프랜차이즈 산업이 자리잡을 때도 로열티 제도는 성숙되지 못했다. '총판' 형태 비즈니스가 익숙한 한국 시장의 특성도 영향을 끼쳤다."

- 로열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가맹점이 반발할 수 있다. 또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받으면서 유통마진도 챙기는 가맹본부도 있을 수 있다. 묘안이 있나?
"이번에 김상조 위원장이 로열티를 강조한 것이 '프랜차이즈 산업은 로열티가 핵심이구나'라는 인식을 가맹본사, 가맹점주들에게 심어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본다. 우리도 정부가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합리적인 유통마진에 로열티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합의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정부는 '합리적인 유통마진'이 아니고, 유통마진이 없는 원가로 물품을 공급하고 로열티로 수익을 가져가라는 견해 아닌가?
"전격적인 로열티 제도로의 전환인데,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땐 이 방향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유통마진은 없애고 매출의 5~7%를 로열티로 가져가겠다고 그러면 가맹점에서 어렵다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온다. 이보단 기존 유통마진을 줄이면서 매출의 1~2%는 로열티로 내야한다고 그러면 가맹점도 비용을 산출해보고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로열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정부나 협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렵다. 외식업이냐 서비스업이냐에 따라 로열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업체 스스로 가맹점과의 대화를 통해 정해야 한다."

- 전격적인 로열티 제도 전환은 어렵다. 과도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공정위원장에게 말했나?
"그렇다. 김상조 위원장은 하나의 교과서적인 이론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기했다. 단계적으로 가자는 것이다. 시장 충격은 최소화하면서도 로열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 혁신위를 구성해 10월까지 자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혁신안은 구속력이 있나?
"회원사들과 논의를 해본 결과 자성의 온도를 충분히 느꼈다. 자정하자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은 전혀 없었다. 현재까지 자정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물론 모든 회원사가 혁신안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마이웨이를 외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내놓을 혁신안의 요체는 두가지다. '갑질하지 말라' '폭리 취하지 말라'이다. 비즈니스의 기본 상식인데, 과연 이걸 반대하는 업체가 있을까."

- 혁신안의 방향성은 혁신위 구성에서부터 볼 수 있다. 어떻게 구성할 계획인가?
"혁신위원회는 친가맹본부 인사로 구성되면 안된다. 혁신안의 핵심이 '상생'인만큼, 우리나라의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모셔오고 싶다. 가맹점주협의회도 당연히 혁신위에 포함된다."

- 혁신안을 10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시간이 빠듯해 보인다.
"처음에 우리가 3~5개월을 요구했는데, 김 위원장이 10월로 답을 줬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오래 끌고 가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 일부 가맹본부가 지탄을 받고 있지만 상당수의 가맹본사는 상생경영을 잘하고 있다. 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회의 시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현재 일부 업체의 잘못된 관행이 모든 프랜차이즈 기업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윤리경영, 상생경영 하는 곳 많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이 그런 업체를 공정위에 알려주면 훌륭한 기업으로 치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 정말 어려운 시기에 협회장을 맡았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신뢰다. 신뢰의 자산을 프랜차이즈 업계가 축적을 해야 한다. 지금 프랜차이즈 산업의 이미지는 땅으로 떨어졌다. 일부는 지하까지도 내려갔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백 투 드 베이식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맹점주의 성공이 가맹본부의 성공'이라고 하는데, 구호에만 그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도 많은 업체들이 협회가 혁신안을 내놓기 전에 먼저 자정안을 발표하거나 다양한 상생방안들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