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익, 전년比 현대차 16.4%, 기아차 44% 감소
하반기도 원화 강세면 수출 '빨간불' 영업익 회복 힘들수도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미국에서도 주력 모델의 노후화로 판매가 줄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도 현대·기아차에 부정적이다. 올해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표적인 수출 업종에 속한 현대차(005380)와 기아차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00원대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현대·기아차, 상반기 영업이익 동반 감소…해외생산 비중 낮은 기아차 감소 폭 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이 2조595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감소했고, 기아차는 786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쳐 전년동기대비 44% 급감했다.

현대·기아차의 이익이 크게 감소한 데는 자동차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의 경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판매 부진 등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8.2% 줄어든 219만7689대를 기록했고, 기아차도 7.6% 줄어든 135만6157대를 파는데 그쳤다.

올해 들어 계속된 원화 강세도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05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6월 30일 환율은 1145원으로 5% 하락(원화 강세, 달러화 약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 긴축의 속도를 늦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반대로 원화는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낮지만, 기아차는 해외공장 생산보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원화 강세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것이다.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는 전체 판매대수 219만7689대 가운데 해외공장 생산차량의 판매가 133만3908대로 60.7%에 이른다. 반면 기아차는 전체 판매량 131만8596대 중 해외공장 생산차량의 판매는 55만6560대로 절반도 안되는 42.2%를 차지한다.

◆ 하반기 원·달러 환율 1100원 하회 전망…수출 실적에 '빨간 불'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쉽사리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각각 정치적인 요인과 모델 노후화에 따른 것이라 단기간에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여름 휴가기간이 끝난 뒤 파업을 예고하면서 올해 생산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미국 FRB가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밝히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재닛 옐런 FRB 의장

금융시장에서는 상반기 동안 지속됐던 원화 강세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1100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직후인 31일에도 환율은 전날보다 3.1원 하락한 1119원에 마감했다.

문홍철 동부증권연구원은 "달러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세가 점차 완만해 질수는 있지만 현재의 원화 강세 흐름이 곧 멈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대비 원화 환율 하락은 내수 구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새 정부의 내수 확대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환당국이 현 시점에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화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강세였지만, 유로화와 엔화 등 다른 주요 무역국들의 통화에 비하면 원화는 약세였다"며 "하반기에도 원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3일 코나의 신차 설명회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코나를 소개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만약 하반기에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경우 현대·기아차의 신차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는 지난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를, 기아차는 중형 세단인 스팅어와 소형 SUV 스토닉을 각각 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신차를 곧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출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신차는 단기간에 해외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가기 어려워 당분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며 "원화 가치가 더 오를 경우 수출을 통한 신차의 판매수익이 당초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