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활황인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하루 평균 주문은 272만6456건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283만3129건) 대비 3.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개인의 코스피 매매 비중도 지난해 51.33%에서 46.47%로 4.86%포인트 떨어졌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7월 17일 ‘개인, 주식으로 돌아올까?’ 리포트를 통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주식 시장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을 대상으로 ▲인구 구성에서 50~69세 연령 비중 ▲전체 고용 중 임금근로자 비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 ▲배당수익률 수준 등 4가지를 비교 변수로 선정했다.

그 결과 ‘임금근로자 비중’과 ‘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다만, 이는 개인이 주식이나 펀드 등에 직접 투자하는 비중인 ‘직접보유’가 아닌 개인이 연금이나 보험 등을 납입한 뒤 운용사가 투자하는 규모에 대한 ‘간접보유’에만 해당됐다. 나머지 변수에서는 유의미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임금근로자 비중, 즉 높은 고용안정성이 보장된 국가와 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개인의 주식 투자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앞서 설명한 간접보유의 비중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GDP 대비 가계 금융자산의 비중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늘어날수록 증가한다. 즉,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잉여가 쌓이면 이를 금융자산에 배분하는 정도가 늘어나는데 이때 주식이나 펀드를 직접보유하는 방법이 아닌 간접보유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유 팀장은 “결국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안정되는 선진국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현재 그 길을 따라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당분간 상승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유 팀장은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올라타야 한다”며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증권에서 유 팀장을 만나 앞으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동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리포트의 결론은 결국 개인이 주식시장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개인의 자산은 늘고 있지만, 이를 주식 비중을 늘리는 데 사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리포트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개인 주도에서 기관 주도 장세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시장은 외국인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 않나.

“기관 주도 장세로 간다는 것은 간접보유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다. 개인이 연금이나 보험 등을 납입한 것에 대해 운용사가 수행하는 투자분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외국인에 대한 가장 흔한 편견이 장기투자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성향은 단기적이다. 또 지금 외국인의 지분도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지난 2004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지분율은 40% 정도였지만, 지금은 34% 수준이다.

물론 아직까지 외국인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기관들이 국내 잉여 자금 운영의 주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실제 그 주축은 개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주식을 사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덕에 그들의 자산 중 일정 부분에 주식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이 주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별 사례를 통해 고용안정성과 자산축적도가 개인의 주식 보유 비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국가별 가계의 고민들이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 ‘집’ 문제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후자금이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이 늘고 있지만, 이를 대부분 집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자산 안에 전세금과 월세 보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신용대출 같은 것이 포함되는데 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즉, 집을 마련하는 데 자금을 쏟아부으니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남지 않는 것이다.

또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투자 목적 1위는 ‘노후대책’이다. 이 응답의 비중은 절반을 넘는 55.2%이며, 2014년 이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금융사들의 은퇴자산에 대한 캠페인이 본격화된 이후와 일치한다.

이와 같이 ‘노후’와 ‘주택 관련’ 투자 비중이 높다 보니, 금융자산의 운용성향도 갈수록 보수적이게 됐다. 국내 가계의 투자 성향을 보면 70% 정도가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10%정도만 ‘수익성’을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다 보니 위험선호 투자처인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국가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국가별로 금융현상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의 시장을 비교하면서 ‘미국은 좋은데 한국은 왜’, 또는 ‘미국이 좋으니까 한국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미국과 한국의 시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 맞다.”

-연령대별로도 금융자산 비중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20~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전(월)세 보증금을 조달기 위한 신용대출의 비중이 크게 높다. 물론 단순 증가율을 본다면 30대보다 20대가 더 크게 나타나지만, 실제 주택구매 의사가 있는 연령층은 30대라는 점에서 통계적 착시를 고려하고 봐야 한다.

전체 가구 중 비중이 25%에 달는 40대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산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자녀교육비 부담 등의 지출증가 요인이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편, 20~30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거비용 증가로 인해 가장 투자여력이 낮은 연령층이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추가 투자여력에 있어서는 50~60대가 주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의 연령 기준으로 50~59세, 그리고 60세 이상은 전체 가구 중 절반이 넘는 56.7%이다. 따라서 인구구성 비중과 투자여력이 높은 50대 이상의 금융시장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신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것이 개인의 투자 성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대일 뿐이지 않나. 정말 집값이 잡힌다고 가정할 때도 가처분소득 등 주거비용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고 믿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주식은 경기상황에 민첩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로 자금의 선순환을 일으켜 소비가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주식 시장에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

-리포트에서 시중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짚었는데.

“한국은행에 의면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 4월말 기준 약 102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하면 53.5% 급증한 수준이다. 증감률로는 현금(104%), 요구불예금 (85%), 수시입출식 저축예금(58%), 증권사 고객예탁금(49%)의 순이었다.

즉 불확실성으로 인한 대기자금은 매우 풍부지만, 개인들이 대대적으로 주식을 늘리는 포트폴리오의 변경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 재간접펀드와 부동산펀드 등 국내 자금의 해외투자로 분산이 이제 초기라는 점도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막는 또 하나의 암초다.”

-리포트에서 꼽은 변수 중 ‘배당수익률 수준’도 개인의 주식 투자와는 상관이 없다고 봤다. 우리나라도 최근 배당을 비롯한 주주친화 정책 강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되는 현상)’가 해소되며 증시가 더 활황을 겪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데.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물론 그런 상황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판단에 의해 들어오는 자금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꾸준한 투자보다는 스마트 머니(시장정보에 민감한 기관들이 장세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자금)의 성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주식 시장의 강세에 따라 단기성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예전처럼 주식 열풍이 불고 개인이 자발적으로 대량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대부분의 증권사가 내년까지 증시 활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더라. 삼성증권도 내년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간다고 예상했던데. 이를 이끄는 동력은 무엇일까.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은 좋을 것으로 본다. 우선 글로벌 경기가 좋고, 미국 중앙은행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위험선호 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강세장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은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정도다. 지수는 2400을 넘었지만, 아직 밸류에이션이 낮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남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우상향되고 있어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내년에는 멀티플(기대수익률)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선호가 강한 상황에서 기업의 실적이 멀티플 재평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강한 상승랠리가 이어진다면,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 유망한 투자처를 꼽는다면.

“단호하게 예스(Yes)다. 지금이라도 들어가는게 맞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아직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싸고 기업 전망이 좋다. 특히 이런 강세장에서는 포트폴리오의 3분의 1 정도는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하는 것을 권한다. 업종으로는 산업적 측면과 패턴을 볼 때 철강, 정유, 화학, 조선 등 경기민감주를 주목할 것을 추천한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은 아무래도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 투자시 가장 필요한 덕목을 꼽는다면.

“프로야구 선수와 동네 아마추어 선수가 같은 수준으로 게임을 할 수 있나. 개인은 두 주체의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고, 기관의 투자에서 배울점을 찾아야 한다.

개인은 보통 소문이나 이슈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기관들은 싼 밸류에이션을 갖고 있는 기업을 산다. 투자를 하고자 하는 기업의 영업이익률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낼 수 있는지 분석하고 펀더멘탈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식은 타이밍게임이 아니라 기다리는 게임이다.”

-스마트머니는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는데. 개인 투자가 주를 이루는 코스닥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직관적으로 볼때 개인 주도의 스마트머니가 유입되면 코스닥이 좋아질 것 같지만, 사실 스마트머니가 주로 투자하는 부문은 코스피 소형주였다. 스마트머니는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데, 코스닥 기업보다는 검증된 코스피 소형주를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즉, 경기 성장과 펀더멘탈 강화에 대한 기대감에 스마트머니가 들어온다고 해도 코스피 소형주가 혜택을 볼 것이고, 코스닥은 요란하지만 실익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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