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후(51·사법연수원28기·사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국가 차원에서 해운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입안 과정에서 해운·조선업을 금융·재정의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해운업무를 제대로 모르고서 개별 기업이나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1977년 설립된 국내 최초 컨테이너선사 한진해운은 올해 2월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물류대란이 벌어지는 등 경제적 파장이 컸다.

이 변호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가 한국 물류비용을 쥐락펴락 못 했던 것은 국적선사들의 존재 덕분”이라며 “국고를 열어 살려야 할 기업들을 방치해 바닷길(航路)을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적선사의 입지가 약화되면 물류비용 상승이나 항로 상실 같은 직접적인 타격 외에도 화주를 대신해 운송 업무를 처리해 온 포워딩업체, 화물을 내려놓고 이를 포장·보관·가공하는 터미널 등의 일감 축소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외국 자본이 국내 해운업을 잠식해 가고 있다”며 “고용창출을 위해서라도 국내 유휴 자본이나 인력 활용 방법을 찾고, 해외진출과 시장방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세계 7위 해운국인 한국이 분쟁해결 주도권을 확보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다수 해운 선진국이 해사법원을 따로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등 외국의 중재·재판에 의존하고 있어 연간 3000억원대 소송비용이 해외로 흘러나간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고법)에도 해사 전담 재판부가 마련돼 있지만 해사 관련 분쟁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독립 해사법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변호사는 “해상사건 가운데 용선계약은 대부분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기 때문에 관할도 런던인 경우가 많다”면서 “전 세계 물류시장의 중심이 동남아로 이동하는 마당에 언제까지 우리 기업에 친화적이지도 않은 외국 법정에서 분쟁해결을 강요당해야 하느냐”고 답답해했다. 이어 “법원 설치지역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지만 분쟁당사자의 편의, 법원의 발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서울에 두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한국인이 당선되기도 했지만, 국내외 법규에 모두 해박한 전문가들이 많은데도 해외기구나 기관에 진출한 분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통한 법률가 교육·양성과정에서 해상법, 항공운송법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