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급감했다. 지난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확산돼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감소로 타격을 받았지만 무리한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중국 전용 신차와 친환경차 출시, 판매망 안정화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반한 감정과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정치적 사안에 따른 결과인 만큼 상황이 진정되면 곧바로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는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 中 사드 보복에 상반기 순이익 34.3% 급감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7년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59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4% 감소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조3193억원으로 34.3% 감소했다. 반면 매출액은 신형 그랜저의 국내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1.4% 증가한 47조674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대수는 219만7689대로 전년동기대비 8.2% 줄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시장에서 판매대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판매대수는 36만1000대로 지난해 상반기(50만7000대)에 비해 28.8% 줄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판매량은 187만6052대로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법인의 자동차 판매와 수익은 영업외이익으로 분류된다"며 "순이익 감소가 컸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과 미국 시장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34만4130대로 전년동기대비 1.7% 줄었고 미국 시장 판매량은 34만6000대로 7.4% 감소했다. 반면 신흥 시장에서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양호했다. 러시아시장 판매대수는 10.5% 증가한 7만1000대를 기록했고 인도 시장 판매량은 24만2000대로 4.9% 늘었다. 브라질 판매량도 8만4000대를 기록해 5.6% 늘었다.
◆ 현대차 "중장기적 대응 필요…中 전용 신차 출시·딜러 안정화 나설 것"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실적 악화에 대해 단기적 처방 대신 긴 호흡을 갖고 중국 전용 신차와 판매망 정비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중국 전용 친환경차 6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상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 위에둥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0년까지 5종을 추가 투입해 내년부터 시행될 신(新) 에너지차 의무생산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되는 신차와 상품개선 모델을 하반기에 출시해 판매량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매망을 재정비하는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지난 3월 사드 배치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확산된 이후 현대차를 판매했던 딜러 중 상당수가 다른 경쟁업체로 이탈했다. 구 상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는만큼 단기적인 대응 대신 딜러망 안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판매여건을 개선하는데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다른 시장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올 상반기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 등에서 판매가 감소한 반면 유럽과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에서는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신흥국과 유럽 시장 등에서 최대한 판매량을 끌어올려 하반기에는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시장 성장이 지역별로 차별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유럽과 신흥시장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동남아시아와 중국 중서부 내륙 지역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신차 공급을 늘리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시장에 먼저 선보인 소형 SUV 코나를 글로벌 주요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등 판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하반기 출시되는 제네시스 G70 등 다른 신차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하반기는 신차 투입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파업 등 변수
금융시장과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에는 현대차의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잇따라 신차를 출시하면서 전체 판매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출시한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뉴라이즈)을 하반기에 중국 시장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달 출시한 코나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9월에는 제네시스 G70도 판매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차 투입이 많았고 지난해 하반기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어 올 하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와 같이 파업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실적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