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은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연속 상승하며 연일 신기록을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소위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이 다시 살아난 것이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번 놀란 투자자들의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FAANG의 주가가 이틀에 걸쳐 4~9% 급락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IT 버블’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이후 이들의 주가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에도 IT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 증시도 삼성전자를 필두로 기술주들이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내 버블 논란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프트웨어 중심인 미국 기술주가 잘 나가야, 막강한 하드웨어를 보유한 한국 기술주 역시 동반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주가 주도하는 시장은 바람직한 것일까. 또 기술주의 계속된 상승이 IT 버블을 불러올까.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IT 급락이 의미하는 것’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IT주 급락은 패시브 투자 자금이 IT주에 쏠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시브 투자는 개별 기업의 가치를 고려해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와 달리, S&P500 같은 주요 지수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FAANG의 급락은 버블 논란 때문이 아니라 투자방식(수급)에 의한 것이었다는 게 강 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는 “FAANG 등 글로벌 IT주는 패시브 자금이 집중됐지만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국내기관 둘다 별로 사지 않았다”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높은 이익 증가세를 보이는 삼성전자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연말로 갈수록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정책과 관련 있는 우선주 ETF와 배당주 ETF도 투자할 만하다고 권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IT주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2000년 당시보다 훨씬 저렴해 IT 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며 “2000년 IT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0~80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7~20배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사무실에서 강 연구원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패시브투자,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미국 주식시장을 지배한다고 했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미국에서는 ETF 등 패시브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내 일일 시장거래에서 패시브투자 비중이 50% 가까이 된다. 패시브투자 자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해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는 패시브 투자 자금 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주식투자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극소수(10%)다. 대부분 룰 베이스(사전에 정한 규칙 따라 운용), 퀀트(계량분석), 로보어드바이저 등 정량적인 방식에 기반한 투자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달에 FAANG 등 IT주에 패시브 투자 자금이 쏠려 주가 급락을 이끌었다고 봤다. 패시브 투자 자금 쏠림 현상과 급락은 어떤 관계가 있나. IT 급락을 매수 기회로 봤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IT주 하락은 버블이나 고평가 때문이 아니다. 지난달 IT주의 주가가 장중 5% 넘게 빠진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팩터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팩터투자는 모멘텀(가격이 오르는 주식을 계속 사는 방법), 가치(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방법) 등 정해놓은 투자 방식에 맞춰 사고 파는 방식이다.

올해 IT 섹터 같은 경우는 6월에 잠깐 내리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IT주는 일반적으로 성장주로 분류되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데다 변동성도 적어 모멘텀주와 저변동성주에도 포함됐다.

IT주는 자금이 몰리면서 점차 상승했지만, 하락 반전에도 취약해졌다. 주가가 하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면 모멘텀, 저변동성 자금이 이탈해 낙폭이 커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다른 투자자들도 IT주 하락을 보고 투매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수급 때문에 급락한다면 IT주를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펀더멘탈과 큰 관련 없이 자금 쏠림 현상 때문에 급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IT주 급락 현상을 보면서 두려워하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 있겠지만, 당면한 것 중 가장 큰 리스크는 금리인상이다. 최근 7~8년 동안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에서 돈을 많이 찍어서 유동성이 커졌다. 최근에는 선진국들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하려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금리를 인상하려고 하고 있다. 만약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 금리를 올리게 되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타격을 받으면 많이 오른 종목 위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IT주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IT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올라간 섹터이기도 하고, 글로벌 자금이 많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향후 패시브 투자가 중요한 환경이 될 거라고 썼다. 투자자들은 아주 빠르거나 아예 느린 투자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가. 한국의 상황과도 비교해달라. 액티브 ETF 활성화는 비슷한 현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투자가 10%로 줄어들고, 기계가 하는 매매 비중은 늘어났다. 일반투자자들이 단기 매매를 하면 로봇을 당해낼 수 없다.

한국은 이런 상황이 아니지만, 미국처럼 상황이 바뀌면 투자기간을 장기로 바꾸는 방식이 나을 것이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이슈 때문에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결국엔 펀더멘탈에 맞춰 변화한다. 일반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패시브 투자와는 달리, 액티브 투자는 전문가가 개별 종목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나서 주식을 사고 파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액티브 ETF는 이런 현상과 큰 관련이 없다.”

-한국과 미국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의 ETF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한국은 미국과는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국내 상장된 ETF는 최근 들어 많이 증가했지만, 거래량이 적당한 ETF는 50~60개 정도다. 하루에 거래 규모가 3억~4억원이 안 되는 상품도 상당히 많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주식형ETF도 거래 대부분은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에 쏠려있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고, 인버스 ETF는 지수의 가격이 내릴 때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다.

반면 업종(섹터)·테마 ETF 거래는 굉장히 미미한 상황이다. 업종 ETF 중에서도 거래량이 양호한 것은 7~8개가 안된다. 거래가 조금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패시브 투자로 옮겨가는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투자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 최근 일반 투자자들도 ETF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ETF에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TF 거래금액은 지난 2015년 이후 증가하고 있고,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ETF 투자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TF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펀드 같은 경우 가입 절차도 있고, 펀드매니저가 전적으로 상품을 결정해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주식을 사고 파는지 잘 모른다.

ETF는 펀드처럼 분산투자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종목 투자 비중을 알려주기 때문에 더 투명한 편이다. 주식거래하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7일 리포트에서는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그 동안 시각 변화 있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삼성전자가 많이 올라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주식을 사서 이익을 크게 내겠다'는 투자자에게는 맞지 않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280만원으로 10%정도밖에 수익을 낼 수 없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실적도 좋고 평가가치도 저렴한 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겠다 생각하면 삼성전자 ETF에 투자해볼만 하다.”

- 미국 IT주가 급락하면 삼성전자도 같이 하락하지는 않을까.

“만약 거시적인 이벤트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다 떨어진다고 하면 삼성전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미국 IT주가 내린다고 해서 반드시 하락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국 IT주가 내린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평가가치와 주가가 저렴해 낙폭이 적을 수 있다.”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ETF 외에 다른 상품을 추천한다면, 어떤 것이 좋다고 보나.

"우선주 ETF는 정책 기대감이 있어 괜찮을 것 같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의 우선주들은 보통주보다 30~40%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우선주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추후에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이 늘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주는 배당 수익률이 높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반기에는 고배당주 ETF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 같다. 고배당 ETF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대형주 30개 정도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고배당주는 가격 메리트도 있는 편이다.

배당주는 하반기 증시가 내리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 연말 배당에 미리 관심을 가진다면 고배당주 ETF도 괜찮다.

우리나라 외 ETF에 투자하고 싶다면, 전기차·인공지능 등 신산업 ETF가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투자 자산 배분을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채권보다는 주식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 쪽으로 자금이 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 채권보다는 주식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별로 보면 최근 이익증가율이 높은 신흥국 증시와 한국 증시가 좋을 것 같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인버스(역방향) ETF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올해 하반기에는 증시 변동성이 조금 커질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당장은 기업 이익도 잘나오고 있고 코스피가 상승하더라도 평가가치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20% 정도 오르는 등 글로벌 주요 시장 중에도 가장 많이 오른 지수 중 하나지만,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편이다.

코스피지수의 PER은 10배 정도로 미국 증시(18~19배)나 유럽 증시(15배~17배), 여타 신흥국 증시보다도 낮은 편이다. 지금은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추세인데 굳이 하락에 배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선비즈는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베스트 리포트를 선정해 애널리스트를 심층 인터뷰 하는 [리포트 인터뷰]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매주 추천한 리포트들 중에서 조선비즈 금융증권부가 베스트 리포트를 선정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