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양 컨테이너 산업이 밖에서는 점유율이 떨어지고, 안에서는 국내 화주들로부터 외면받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6일 미국 해운전문지 JOC 자회사 피어스(PIERS)에 따르면 미주 노선에서 한국 선사들의 점유율이 지난해 6월 10.9%(한진해운 7.1%, 현대상선 3.8%)에서 올해 6월 5.8%(현대상선)로 5.1%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상선 점유율은 3.8%에서 5.8%로 2%포인트 높아지면서 중국 선사 COSCO(2.1%) 다음으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2M+H' 얼라이언스(해운동맹)와 'HMM+K2' 컨소시엄을 통한 해운네트워크 확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파선 여파로 한국 선사 전체로 봤을 땐 미주 노선 처리 물량은 반 토막 났다. 지난 6월 현대상선의 처리 물량은 1주당 1만7291TEU로 전년 동기 대비 5665TEU 늘었지만, 이는 한진해운이 처리하던 물량 2만1782TEU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물량 4분의 1을 흡수하는데 그친 것이다. 나머지 한진해운 물량은 COSCO(중국), OOCL(홍콩), APL(프랑스 CMA‧CGM이 인수), MSC(스위스), NYK(일본) 등이 골고루 나눠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경쟁 상대인 글로벌 선사들은 힘을 합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을 발표한 COSCO와 OOCL은 지난 6월 각각 미주노선 점유율 10.8%와 6.7%를 기록했다. 두 회사 점유율을 합치면 17.5%로 1위다. 컨테이너 부문 합병 법인을 출범한 일본 선사 K라인(5.8%), NYK(5.2%), MOL(5.1)의 점유율을 더하면 16.1%로 2위로 급상승한다.

현대상선이 점유율을 더 늘리려면 다른 선사의 물량을 빼앗아 와야 하지만, 덩치를 키워 규모를 경제를 실현하는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 한국 화주 20곳 중 1명만 원양 노선에서 한국 선사 이용

한국선주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컨테이너 선사의 자국 화물 적취율은 31%다. 적취율은 국내 화주가 국내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말한다. 이는 국적 선사만으로 자국 수출입 화물을 모두 실어 나를 수 없는 중국보다 10%포인트 높지만, 일본보다 3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 역외 노선의 적취율은 6.8%로 2015년 8.2%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아시아를 제외한 미주‧유럽 노선 등에서 국내 화주 20곳 중 1곳 정도만 국내 선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SM상선 컨테이너선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화주의 적취율을 높이지 않으면, 선복량(적재용량) 확대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들은 배를 가지고 있더라도 화물을 가득 싣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이에 글로벌 선사 대부분 자국 화주들을 기반으로 외국 화주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한다.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선사와 화주 간의 협력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일본 국제협력기구와 함께 동남아 항로에서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선박을 투입하는 선사에 1항차당 최대 12만엔(12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도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도로 선주와 화주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상생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철광석‧가스 등 주요전략 물자의 경우 국적 선사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지만, 대부분 벌크(포장하지 않은) 화물에 집중돼 있다. 부품‧반제품‧완제품 등을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의 경우 가격과 노선 부족 등의 문제로 선‧화주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규모 화물을 보유한 국내 대형 포워딩업체나 제조업체들은 가능한 국적 선사를 이용하고 싶어도 절대적인 노선 수가 적고 국적 선사가 기항하지 않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적취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선주협회는 무역협회와 함께 선‧화주간 상생 협력을 위한 정책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화주가 선박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마련하거나 일본처럼 운임을 보조해 선사가 적자 노선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국적선사를 이용할 경우 부두 이용료를 환급해주는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 원양선사들은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국내외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선‧화주간 상생 협력 방안 등을 실천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사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