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프랜차이즈’이다. 새 정부가 국정 과제에서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는 것 중 하나가 ‘을의 눈물 닦아주기’다. ‘을’을 위한 정책 추진에서 프랜차이즈는 ‘갑질’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통행세 리베이트 논란에 오너의 도덕적 해이, 가맹점에 대한 보복행위까지 겹쳐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국세청·검찰까지 나서서 프랜차이즈의 갑질 근절에 앞장서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프랜차이즈 감시 기구도 상설화할 계획이다. 또 호식이 배상법을 비롯해 가맹본사 공급 마진 공개, 판촉행사 사전동의 필수 등 관련 법규를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가맹점 사업자는 물론 가맹본사 사장들까지 자살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잇따르면서 건국 이래 가장 혹독한 시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눈물’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에 모여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모습.

◆ 가맹점주 이어 가맹본사 대표도 목숨 끊어

지난 3월 가맹본사의 보복영업 대상이 됐던 미스터피자의 전 가맹점주가 자살하는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면서 ‘을’의 눈물이 폭발했다. 최근 정우현 미스터 피자 회장은 ‘회삿돈 호화생활’ ‘제왕 경영’ 등으로 비난받으며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커피왕’으로 알려진 ‘망고식스’ 가맹본사 강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궜다.

가맹점 사업자는 물론 가맹본사 사장들까지 자살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잇따르면서 건국 이래 가장 혹독한 시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눈물’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이런 프랜차이즈 산업의 현실을 보면 C.S.루이스의 책 ‘헤아려본 슬픔’이 떠오른다. 나니아 연대기를 쓴 작가이자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C.S.루이스는 ‘고통’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집필했다. ‘고통의 문제’는 루이스가 젊었을 때 쓴 책이다. 그는 그 책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우리 삶을 고양하고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면서 고통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강조했다.

두 번째 책은 60대에 접어들어 늦게 결혼한 그가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졌을 때 썼다. 그 책의 제목이 ‘헤아려본 슬픔’이다. 이 책에서 루이스는 젊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젊은 시절 고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의연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슬픔이 깊은 나머지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삶을 조롱하기도 한다. 심지어 신을 심술궂은 존재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가면 다시 고통의 순기능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에게 고통이 온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슬픔의 의미를 깨닫고 더 큰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요즘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은 왜곡된 문제가 해결되고 산업이 바로 서는 토대가 될 수 있을까?

강훈 대표는 할리스 커피의 공동창업자다. 재벌 2세와 대기업들이 외국계 커피 브랜드를 비싼 로열티를 주고 국내에 도입할 무렵 카페베네의 경영인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토종 커피 브랜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강훈 대표가 운영하는 KH컴퍼니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도 투자를 유치해 프랜차이즈 방식과 유사하게 전문음식점 체인을 운영하던, 촉망받던 외식기업의 대표가 자살한 적이 있다. 그는 일본 원전 사태로 소비자들이 해산물 음식을 꺼리면서 매장 매출이 하락하자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투자자들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매장을 되사들인 후 경영난에 심하게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갑질·가맹법 개정 논란 속 ‘프랜차이즈 미래 없다’ 엑소더스 현상도

업계에서는 강훈 대표의 자살을 두고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던 가맹본사 사장이 최근 ‘프랜차이즈 갑질’과 가맹법 개정 논란 속에서 ‘프랜차이즈에 미래가 없다’는 한계에 봉착해 희망을 잃고 내린 극단적인 결정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가맹본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꽤 알려진 브랜드로서 가맹점 수가 100~200개 가량 되는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들 중에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과 원재료비, 임대료 인상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가맹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가맹점과 운명공동체로 엮어진 가맹본사들의 한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여기에 10월 1일 시행예정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가맹본사 정보 공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에 가맹본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의 상황에 대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번 기회에 산업의 문제점을 확실히 개선해 국민의 인정을 받는 투명하고 선진적인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서부터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제 끝났다’ ‘최선을 다해 사업했는데 도둑놈으로 몰리니 더 이상 사업할 의욕이 없다’라는 푸념도 들린다. 아예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점 사업이나 해외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을 탈출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예비창업자 사이에서는 ‘프랜차이즈를 믿고 창업하려고 했는데 다 도둑놈 같다. 믿고 기댈 곳이 없어 막막하다’는 의견부터 ‘망하든 흥하든 혼자 도전해 보겠다’ ‘장사는 하나도 모르는데 뾰족한 일자리도 없고, 그래도 믿을 건 프랜차이즈 아니겠냐’는 의견까지 각양각색이다.

얼마 전 국민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 모 방송국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맹본사들이 도둑질해서 번 돈을 몇 배로 빼앗아 와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일부 가맹본사들의 과도한 수익과 갑질 논란은 명백히 시정돼야 할 내용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가맹본사들의 정보공개서를 들여다보면 ‘도둑질’ 발언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프랜차이즈 업계 갑질 관행에 대해 사과하고, “프랜차이즈 업계가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일부 대형 가맹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맹본사의 경우, 가맹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만큼 가맹본사의 수익 상황도 양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도 정보공개서 자료를 보면 연간 기준으로 가맹본부들의 평균 영업이익은 도소매업 43억원, 서비스업 4억2000만원, 외식업 2억3000만원이다. 도소매업에서는 편의점이 119억원으로 가장 많고 외식업에서는 피자 햄버거가 6억원, 치킨 4억원대다. 가맹본부당 평균 매출액은 도소매업이 887억원, 서비스업이 102억원, 외식업이 64억원이다. 2014년 기준 가맹본사 평균 당기 순이익은 외식업이 1억3000만원, 서비스업이 2억8000만원, 도소매업이 30억원대다.

업종별 브랜드 비중은 외식업종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다. 본사당 평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만 본다면 가맹본사들의 평균적인 수익성이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가맹점 수 10개 미만 영세 가맹본사가 대부분

프랜차이즈 사업의 전체적인 수익성이 좋지 않고 성공률이 낮다는 것은 가맹본사 규모와 가맹본부 브랜드 평균 수명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2015년 정보공개서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가맹점 수 100개 이상인 브랜드는 전체 5000개 브랜드 중 300개가 채 안 된다.

가맹점 수 10개 미만 브랜드가 무려 2852개,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약 64%다. 가맹점 수 50개 미만 브랜드 수는 총 3886개로 약 4000여개에 달한다. 전체의 87% 이상이 가맹점 수 50개 미만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평균 수명은 4~5년이다.

그렇다면 가맹점 수 10개 미만인 가맹본사들은 누구인가? 이들 중 상당수는 골목상권에서 살아남은 소상공인들이다. IMF 이후 지속돼온 실직난 속에서 정부는 자영업 창업을 장려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자영업 시장의 과열 팽창과 대형 기업들의 공격 속에서 정부는 혁신적인 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들이 사업 성장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수익성이 좋은 가맹본사는 편의점·화장품 등 일부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가맹점 수가 500개, 1000개 이상 되는 패스트푸드·피자·치킨 등의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에 국한된다. 대부분의 가맹본부는 체질이 허약하고 수익성이 나쁜 영세한 기업들임을 알 수 있다.

가맹본사가 구매파워를 활용해 규모의 이익을 남기려면 가맹점 수가 적어도 100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가맹점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 가맹본사들 중 구매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가맹본사는 전체 브랜드의 6~7%에 불과하다. 가맹점 수가 적은 가맹본사들은 오히려 적자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맹점 수가 100~200개인 중견 가맹본사들 중에서도 수익성 악화로 현재 법정관리 상태이거나 재무제표상 적자인 곳이 적지 않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를 도둑놈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 의견 수렴해 합리적인 정책 대안 찾아가야

2014년 정보공개서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가맹본부의 총 임직원 수는 17만4000여명이다. 프랜차이즈의 총점포 수는 21만개다. 점포 1개당 종업원 수를 3명으로 잡으면 총 63만명, 가맹본부 임직원과 가맹점의 부양가족까지 포함하면 240만명 가량이 프랜차이즈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사업에 식품이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중소기업, 배달의 민족·요기요 같은 IT기업, 인테리어, 간판, 디자인, 마케팅, 부동산중개업 등 사업지원 서비스업, POS, 인쇄제작업, 물류사업, 주류업체, 영농법인 등 협력업체들까지 합하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을 내세워 서민들의 생활에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기에는 체질이 허약한 가맹본사들이 너무 많고 관련 산업이 일자리와 자영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크다.

문제가 되는 가맹본사를 질타하는 것이 브랜드 비호감으로 이어져 현재 그 사업을 하는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가기도 한다. 일부 기업의 역기능에만 집중해 산업이 가진 순기능과 영세한 가맹본사들의 현실이 간과된다면 ‘갑질 근절’을 위해 대통령 직속 을지로위원회까지 출범시킨 이번 정부에서도 프랜차이즈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할 것이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려다가 을의 기반인 가맹본사가 무너진다면 산업 전체가 눈물을 흘릴 것이고 이는 정부 또한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산업을 죽이는 ‘프랜차이즈 때리기’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벼룩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갑질 근절’을 통해 프랜차이즈 산업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산업의 병폐를 없애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산업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또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학자, 정책 당국자, 가맹본사 및 가맹점 사업자 등 산업인들이 함께 모인 공청회 등을 통해 전체 의견을 수렴해 자영업 시장·거대한 프랜차이즈 산업의 변화 흐름을 바라보는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최근 자영업 시장과 프랜차이즈 산업에 닥친, 유례없는 고통이 건전한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26년간 신생 사업자 및 프랜차이즈, 중소·중견기업체들의 신사업 개발, 마케팅 및 경영 전략 부문 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기업가정신’ ‘꿈을 이루는 사업계획서 완전정복’ ‘트렌드 속 유망 사업기회 발굴’ ‘퍼펙트 성공을 위한 마케팅 솔루션’ ‘본질적 마케팅 vs 거지 마케팅’ ‘장수 경영을 위한 스토리 히스토리 전략’ 등의 주제로 창업자와 기업가들을 위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 창업 트렌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