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입점 제의를 과감하게 뿌리친 브랜드. 전문 모델 대신 임직원들이 모델로 나서는 기업.

칸투칸 한영란 대표와 이병철 대표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인정받고 있는 패션 브랜드 ‘칸투칸’이다. 칸투칸의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 직영점이다. 온라인 매장도 유명 오픈 마켓을 이용하는 대신 자사 인터넷 쇼핑몰만 운영한다. 그럼에도 칸투칸의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을 넘어섰다. 20개 남짓한 직영매장을 운영하지만 일반 브랜드로 치면 매장 100개 규모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칸투칸은 적은 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 활용에 적극적이다. 칸투칸 전체 매출 중 온라인 쇼핑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직영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온라인 매출의 100%를 자사 쇼핑몰에서 올리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 패션 업체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평균 10%, 그 중 자사몰의 비중은 10%도 채 안 된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영란, 이병철 칸투칸 대표를 만나 기존 패션브랜드와 다른 길을 걷는 이유와 성공 비법을 들어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리점을 운영하지도 않는다. 왜 자체 온라인 쇼핑몰과 직영점에 집중하는가.

한영란 대표 "칸투칸은 2005년부터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당시 여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옥션이나 G마켓 등 오픈마켓을 이용했다. 하지만 자체 트래픽도 아니고 입점 수수료도 내야 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구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008년 하반기에 자체 쇼핑몰을 오픈했는데 장점이 많다. 가장 좋은 것은 현금 회전율이 높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카드결제가 대다수여서 제품을 판매한 뒤 2~3일이면 현금이 입금된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통해 판매하면 빨라도 한달 정도 소요된다. 수수료를 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판매 가격의 평균 10~20% 달하는 백화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인건비와 건물관리비 등 판관비(판매관리비)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매출원가 경쟁력을 활용하면 제품을 저렴하게 팔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면 저렴할수록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공을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가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는가.

한영란 대표 "칸투칸은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 오는 상품후기에 항상 관심을 기울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판매사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경우 어떤 상품이 인기가 많은지, 내 신체 사이즈에는 어떠한 옷이 어울리는지 등 소비자가 모든 것을 혼자서 판단해야 한다. 제조자업자가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를 설명해 주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상품후기로 이를 대신할 수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로 관심을 가졌다면 상품 후기는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짓는다. 칸투칸은 상품후기를 다음 제품 생산에 최우선적으로 반영해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있다.

칸투칸은 직영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물건을 판매한다. 사진은 칸투칸 부산 본사에 있는 매장 내부.

-경쟁업체보다 많이 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저렴한 대신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병철 대표 "초기에는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의 질은 고급인데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단 업체로부터 들은 얘기를 소개하면,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칸투칸이 사용한 원단을 구매하기 위해 알아보지만 원단을 비롯해 자재 가격이 비싸 다른 업체들이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야 인건비와 매장 임대료, 수수료 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비싼 원재료를 사용해도 완제품을 저렴하게 팔 수 있다."

- 사장실에 올라오면서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배너를 봤다. 그런데 모델들이 생소하더라.

한영란 대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칸투칸은 외부 모델을 거의 쓰지 않는 대신 사내 임직원들이 모델로 활동한다. 마케팅 팀장도 있고, 개발실에 근무하는 직원도 모델이다. 사진 촬영은 인사팀장이 맡았다. 이를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모델로 등장한 것을 뿌듯해 하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 외부 모델을 부를 때 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몇 억원에 달하는 모델을 고용하면 그 비용이 모두 제품 가격에 전이된다. 하지만 내부 모델을 쓰면 그런 돈을 아낄 수 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머뭇거렸지만 이제 모두 익숙해졌다. 프로 모델이나 취할 법한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강산 판지오 브랜드 마케팅 팀원이 광고에 쓰일 사진을 위해 모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투칸은 외부 모델을 기용하는 대신 주로 임직원이 모델로 활동한다.

-비용을 아끼는 데에만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것 아니냐.

이병철 대표 "직원들의 근무 방식도 패션업계 치곤 혁신적이다. 우리는 회의를 할 때 대면회의를 거의하지 않는다. 모든 회의는 대표부터 맨 아래 인턴사원까지 하나의 창에 모여 회의를 한다. 격식을 따지지도 않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 원자재 업체와 하청업체 직원도 온라인 회의에 자주 참여한다. 때로는 고객이 회의에 참여할 정도로 개방적이다. 그 결과 기계적으로 반복되던 업무의 40%를 줄였다. 이런 방식을 통해 절약한 비용은 임직원들의 임금으로 사용된다. 대졸 초임이 3800만원 수준인데 패션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상당히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영란 대표 "아직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15년부터 월간, 연간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원자재 가격까지 공개한다. 소비자는 칸투칸이 제품을 팔아 얼마나 돈을 남기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자신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실적도 나쁘지 않다. 경영투명성만 놓고 보면 당장 기업공개(IPO)를 해도 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

-새로 진행 중인 사업은 없나.

이병철 대표 "칸투칸은 임직원이 '뭐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이 들어오면 거부를 안한다. 그 사업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대표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처음 사업을 제안한 직원이 사업 부문의 대표를 맡도록 한다. 최근 시작한 F&B 사업도 음식 마니아인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하루는 이 직원이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오며가며 걸리는 시간이 음식을 먹는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며 아예 맛집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더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패션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중에 기존 사업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업을 하는 곳도 많지 않은가. 언론사 중 한 곳도 유기농 오픈 마켓을 운영한 적이 있다. 칸투칸의 온라인 쇼핑몰 경험을 살리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은 초기여서 매출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취급하는 종류가 많아지면 매출도 증가할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신규사업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