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부산본점(서면점)이 2년간의 증축을 마치고 25일 재개장했다. 부산은 롯데의 ‘안방’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젊은 시절 부산항만에서 일하며 일본으로 향하겠다는 결심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부산에만 4개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고,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1995년 개점한 뒤 20년 넘게 부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9년 유통 맞수 신세계가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문을 열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센텀시티 등 부산 신(新) 상권이 부흥한 반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있는 서면 상권은 위축됐다. 특히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출점 7년만인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롯데의 부산 패권을 무너뜨렸다.

롯데는 부산본점 증축을 계기로 ‘안방’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이번 증축을 통해 고급화한 몰 형식의 구성을 갖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산 최대 상권인 서면의 부활을 꿈꾸며 대대적인 증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맞수 롯데와 신세계의 부산 대전(大戰)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조감도.

◆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명품관 에비뉴엘·식당가 고메스트리트 서울 외 최초 입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이번 증축을 통해 기존 6만165㎡(1만8200평)이던 영업면적을 8만4958㎡(2만5700평)로 늘렸다. 통상 영업면적이 1만5000평 이상이면 수도권에서도 대형 백화점으로 분류된다.

100여개의 신규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부산본점의 브랜드 수도 1000개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의 명품관 ‘에비뉴엘’과 식당가 ‘고메스트리트’도 새로 입점했다. 에비뉴엘과 고메스트리트가 서울 외 지역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하 2층 고메 스트리트 엘스칼라(계단광장)는 프랑스 파리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유럽풍의 분위기를 냈다. 9층 엘스퀘어(문화광장)엔 마블 컬렉션 샵, 삼성IT샵 등 체험형 매장을 배치했다. 엘스퀘어는 유명가수 및 버스킹 공연, 대형 전시 등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12층 스카이 파크(옥상공원)는 서면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남성 소비자를 위한 시설도 들어섰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BMW 모터라드사가 협업해 만든 남성 전문 편집매장과 남성 전용 미용실 ‘바버샵’이 문을 연다.

주차동도 신설했다. 주차면수를 기존대비 20% 늘려 총 23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다. 주차 유도 시스템 및 자동 주차 정산 시스템을 도입해 주차 환경을 개선했다. 발렛 라운지를 신설하고 유모차 이용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해 편의성도 높였다. 이재옥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점장은 “(이번 증축으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프리미엄 몰(Mall)형 복합 쇼핑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전경. 왼쪽 건물이 증축한 센텀시티몰이다.

◆ 부산에서 끊임없는 신경전 벌이는 롯데·신세계...서면·센텀에서 ‘몰’로 한판승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이번 증축을 통해 고급화한 몰 형식의 구성을 갖췄음을 강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세계가 기존 센텀시티 백화점에 ‘센텀시티몰’을 증축하며 롯데가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 센텀시티 백화점에 더해 ‘센텀시티몰’을 증축 개장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몰엔 면세점을 비롯해 일렉트로마트, 메종티시아, 몰리스펫샵, 데블스도어 등 신세계그룹의 전문매장이 입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센텀시티몰은 구색과 규모 면에서 단순한 몰이라기보단 ‘스타필드 센텀’에 가깝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부산에서 끊임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초 센텀시티점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해 국내 3위 규모(매출 기준)의 점포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롯데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임대수익과 면세점 매출 등을 합산한 것인데, 지난해 부산본점의 매출은 9000억원대로 3000억원대인 면세점 매출과 각종 임대매장 수익을 합산하면 1조원을 넘어선지 오래”라며 “부산본점이 증축 후 본격 가동하는 내년에는 순수 영업매출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맞섰다.

지난 2009년 2월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개장할 당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걸었던 현수막. 당시 롯데백화점의 현수막과 관련해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이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롯데 측의 자신감과는 달리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부산 상권을 상당 부분 장악했다.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증축에도 불구하고 영남권 최대 점포는 여전히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의 백화점이며 매출면에서도 부산은 물론 영남권 최대 백화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세계 센텀시티와 센텀시티몰의 영업면적은 각각 14만562㎡(4만2520평)와 5만7851㎡(6만20평)로 총 19만8413㎡(10만2540평) 규모다. 이는 증축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4배에 달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 터줏대감인 롯데가 신세계 센텀시티의 약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롯데가 부산에 오래전 진출해 유통망은 물론 사회공헌 면에서도 터를 닦아놓았고, 부산이 롯데그룹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도시인 만큼 호락호락하게 부산 상권을 넘겨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