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연간 CAPEX 70% 집행…하반기에도 공세 강화
D램 설비 늘려 수요 대응, 72단 3D 낸드 양산도 본격화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3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000660)가 하반기에는 설비투자를 더 늘릴 방침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SK하이닉스의 주력 매출 품목이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생산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5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5조원 이상의 설비투자(캐펙스, CAPEX)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올해 SK하이닉스가 투자하기로 예정한 설비투자 총액인 7조원의 70% 이상을 이미 상반기에 집행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에도 설비투자를 늘릴 의향을 밝힌 만큼 연간 설비투자는 7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전경.

특히 올해 하반기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D램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벌써부터 D램 대량 구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이후로 SK하이닉스의 최대 매출처이기도 하다.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 사고 역시 하반기 D램 공급 부족을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22%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론의 대만 D램 공장이 질소 유출 사고로 일부 가동을 중지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이 사고로 올해 세계 D램 생산량이 5.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대한 설비 투자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의 경우 20나노급 공정 비중을 늘리면서 생산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요가 공급에 비해 너무 커서 단순히 미세공정 전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D램 설비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도시바, 마이크론 등 경쟁 업체들이 3D 낸드 투자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하면서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 역시 낸드 설비를 집중적으로 늘려 시장 점유율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낸드 경쟁력, 생산성 강화에 대부분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투자지출이 현금 기준으로 4조원 후반대, 설비투자 기준으로 5조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됐는데 가장 많은 투자 지출이 소요된 건 M14 2층의 3D 낸드 투자”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72단 3D 낸드 칩과 이를 적용해 개발 중인 1테라바이트(TB) SSD.

한때 수율 확보에 애를 먹었던 72단 3D 낸드 역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72단 3D 낸드는 현재 내부 인증을 거쳐 시제품 공급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 제품은 늦어도 연내 모바일,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탑재될 계획이며 내년부터는 최대 시장인 기업용 SSD에도 장착될 계획이다.

최근 가상화폐 채굴, 인공지능(AI) 등 고성능컴퓨팅(HPC)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이 시장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HBM 2세대 제품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독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은 기존 메모리보다 2.5배 비싼 HBM 제품에 강한 구매의사를 나타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HBM 2세대 양산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매출액 6조6923억원, 영업이익 3조507억원, 순이익 2조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69/8%, 573.7%, 762.7%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모든 분야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46%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