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겸 사장이 전 세계 1조개의 사물을 연결해 초지능 사회를 선도하는 야심찬 구상이 윤곽을 드러냈다.

손 회장은 20일 일본 도쿄 프린스파크타워 호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7(SoftBank World 2017)’의 기조 강연에서 소프트뱅크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회사 창업자들을 차례로 무대에 불러 올렸다.

이번에 기조강연에 초청받은 업체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주목받는 기업들이어서 소프트뱅크월드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기조강연 군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 기업은 모두 1조개 사물 연결을 통한 초지능 사회 진입이라는 손정의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회사들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 월드 2017'에서 기조 강연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320억달러(약 36조원)을 들여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를 비롯해 1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통신위성 업 ‘원웹(OneWeb)’, 지난달 알파벳으로부터 인수한 네발로봇 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창업자와 최고경영자들이 포함돼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사이먼 시거스 ARM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초지능과 IoT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기반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가 기조 강연에서 소개한 업체들도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곳이다.

그는 “모든 사람과 물건이 연결되면 그곳에는 데이터가 태어난다”며 “정보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데이터이며, 데이터를 얻은 사람이 승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 회장은 ARM의 기술을 탑재한 반도체가 앞으로 20년안에 1조개 이상 출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칩이 없으면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데이터라는 자원이 없으면 기계의 지능을 올릴 수 없어 초지능사회의 후발주자가 된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손 회장은 또 인공위성을 통해 전파망을 제공해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원웹의 기술로 IoT 시대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손 회장은 “초지능·싱귤래리티(특이점) 사회는 반드시 온다. 너무 흥분돼 잠이 안올 지경”이라면서 “초지능 사회의 자원이 될 데이터 수집하는 회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렉 와일러 원웹 최고경영자(CEO)가 '소프트뱅크 월드 2017'에서 기조 강연 중 원웹의 목표를 소개하고 있다.

손 회장은 기조 연설 시작과 끝에 영국 중세 후기의 ‘젠트리(gentry) 계급’을 언급하며 “젠트리 계급은 당시 많은 돈을 새로운 기업에 투자했고, 그 결과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현재 비전펀드 등 싱귤래리티(특이점)과 1조개 기기 연결을 위해 여러 업체를 인수·합병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소프트뱅크를 산업 혁명 시대의 위험 기업에 투자하는 젠트리 계급에 비유한 것이다.

손 회장은 기조 강연에서 휴대전화 사업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손 회장의 관심이 이동통신에서 IoT, 초지능, 싱귤래러티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