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6% 오른 2429.94에 마감하며 5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가 닷새째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상승 랠리는 국내 증시 역사상 매우 드문 일이다. 이렇게 주가가 연일 최고점을 높여가자, 투자자들의 고민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지금 진입하려니 너무 고점에 올라타는 건 아닐지 망설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1%대 정기예금 이자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런 불안해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이란,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뿐만 아니라 인프라·원자재·부동산 같은 틈새 자산에도 투자해서 연 5~6%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 상품을 말한다. 특정 지역이나 자산에 쏠려서 투자하지 않고,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유망 지역과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화끈한 성과를 얻진 못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이 점점 쌓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우보만리(牛步萬里·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는 뜻) 재테크'로도 불린다. 박진환 한투운용 본부장은 "고령화 시대엔 한 번 깨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턴(고수익)보다는 리스크(위험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은 가격 출렁거림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이 베스트셀러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장기·분산 전략에 4400억 몰려

작년 말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던 회사원 이모(45)씨는 최근 20% 수익률을 올린 뒤 환매해 수익을 챙기고, 다음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이씨는 "목표 수익률을 찍었기에 일단 환매하긴 했는데, 비슷한 유형의 국내 펀드에 가입하긴 부담스럽다"면서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는 안정적이면서 예금 이자보다는 높은 연 5~6%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증시 고점에 수익을 챙긴 사람들이 눈을 돌리면서 올해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는 약 44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5.8%였다.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의 특징은 꾸준한 성과에 있다. 수익률 1등을 거머쥐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꼴찌를 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지난 2001년부터 2017년 5월까지 8개 자산(국내주식·국내채권·해외주식·해외채권·신흥국주식·신흥국채권·글로벌리츠·원자재)의 수익률을 살펴봤더니, 특정 자산이 1등을 계속 차지하진 못했다. 오히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1등이었던 자산이 다음 해에는 꼴찌가 되기도 하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런데 8개 자산을 8분의 1씩 담아 만든 '모델 포트폴리오'는 17년 동안 꾸준히 중간 자리를 지켰다. 연 환산 수익률로 따져보면 7.6%였다. 골고루 분산 투자한 것만으로도 매년 7.6% 정도의 수익률은 올린 셈이다.

◇수익률 격차 커… 옥석 가려 투자를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자산배분형 펀드와 랩(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신상품을 속속 쏟아내고 있다. 최근 나오는 상품들은 인공지능(AI)이나 상장지수펀드(ETF·주가나 금값 등 특정 지수나 특정 자산의 가격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 활용 등 예전엔 보지 못했던 전술을 가미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이 이달 초 인공지능 전략을 바탕으로 유망 펀드를 선별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를 출시했고, 삼성운용이 지난달 국내외 주식·채권 등의 ETF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ETF로테이션펀드'를 선보였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1일 신흥국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이머징솔루션' 펀드를 내놨다.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이라고 해도 원금이 보장되는 건 아니며, 상품별로도 수익률 차이가 크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