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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본사와 자회사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익성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1분기 적자로 전환하며 경영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철도업계에서는 코레일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당장 수익성이 악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퇴직금 문제 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코레일은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 인원 줄여 흑자 됐는데… 다시 인원 늘리는 코레일

18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4년 1034억원 흑자로 전환한 이후 2015년 1144억원, 작년 15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연속으로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SRT가 출범하며 코레일은 올해 1분기 4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철도업계는 1분기 코레일이 4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한다.

SRT 개통 이후 경부선과 호남선 KTX 수송인원은 하루 평균 3만명이 줄었다. 수입은 하루 약 1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할 경우 올해 말까지 최대 2000억원까지 영업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의 흑자 전환 비결은 인력 감축이었다. 2009년 4월 코레일은 정원의 15.9%인 5115명(2008년 610명 포함)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코레일은 "영업수지가 악화되고 있고, 영업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 없는 영업수지 개선은 사실상 요원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코레일은 2019년까지 3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전 문제 우려에도 외주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여왔다. 코레일 본사에서만 지금까지 약 5500여명의 인력을 줄였고, 이를 토대로 2014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전체 철도 운임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9.8%였다. 철도운임 2조3503억원 중 인건비가 7006억원이다. 이후 2012년 2조3748억원 중 6993억원(29.4%), 2013년 2조 5654억원 중 7449억원(29%), 2014년 2조5040억원 중 6219억원(24.8%)로 나타났다. 줄어든 직원수 만큼 철도운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1인당 매출액은 큰 폭으로 늘었다. 2011년 1인당 매출액은 1억3300만원에서 2012년 1억4600만원으로 늘었고, 2013년 1억5700만원, 2014년 1억7000만원, 2015년 1억9100만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다시 커질 전망이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울 때 인력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인력을 늘려야하니 코레일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 퇴직금 부담 등 늘며 장기 수익성 악화

코레일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더라도 당장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레일과 자회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같은 업무를 하는 코레일의 정규(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급여 기준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코레일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다를뿐 비정규직 근로자와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복리후생 제도는 똑같다"라며 "임금 기준이 같기 때문에 올해 당장 전체적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올해나 내년 등 당장의 적자폭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 철도 관련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매년 코레일의 고임금 고령 근로자들이 상당수 퇴직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은 오히려 완화되는 추세"라면서 "전체 코레일 근로자 수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코레일의 적자폭 확대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는 상황이 다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장기근속을 할 경우 퇴직금 규모가 커지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코레일과 자회사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 직급에 포함시키지 않고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더라도 퇴직연령에 도달하면 코레일은 근속연도에 맞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규직이 늘어난만큼 해가 갈수록 퇴직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신규 직원도 역대 최대 규모로 뽑기 때문에 코레일이 몇 년 뒤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철도안전·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채용인력을 2배 이상 늘려 총 605명(인턴 750명)을 공개 채용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채용인원 449명까지 더하면 올해 1054명이 신입사원으로 채용되는 셈이다.

◆ "단순 기능직군 정규직 고용하는 자회사 만들수도"

코레일은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은 줄이면서도 단기적으로 최대한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대안으로 코레일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곳의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120다산콜재단을 만들어 용역업체 소속이던 콜센터 상담 근로자를 고용한 방식과 서울메트로가 서울메트로환경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환경미화 근로자를 고용한 방식이다.

별도의 단순 기능직 근로자가 속한 자회사를 만들 경우 본사와는 별도의 급여 기준을 만들 수 있는데, 코레일 본사나 5개 자회사의 임금 수준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퇴직금 규모도 전체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며 임금을 덜 받는 경우가 생길 우려가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청소나 안내 등 단순 기능직의 경우 처음 일한 사람과 오랫동안 일한 사람의 업무 능력 차이가 크지 않아 임금 수준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라며 "단순 기능직종만을 채용하는 자회사를 만들면 별도의 복리후생 제도를 적용할 수 있어 자회사 설립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