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범(27·가명)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4000만원의 학자금 빚과 생활자금으로 쓴 1000만원의 빚을 떠안았다. 직장을 잡고 학자금을 모두 갚을 계획이었던 이씨는 좌절했다. 취직에 매번 낙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사를 할 수도 없었다. 손에 있는 건 마이너스 5000만원인 통장뿐이었다.

이씨가 그때 알게 된 것이 작업대출이었다. 작업대출 브로커는 본인의 신용과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이씨를 설득했다. 이씨와 브로커는 직장을 서류로 조작하고 통장 내역도 모두 위조했다. 또 대출을 신청하기로 한 날, 여러 군데에 동시에 대출서류를 접수시켰다. 통상 대부업체는 당일 대출이 나온다. 여러 군데에 동시에 대출을 신청하면 각 대부업체는 이씨가 어느 곳에 대출을 신청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약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이씨는 그 돈으로 푸드트럭을 구매했다. 이자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연체이력이 쌓이고 추심이 들어올 때쯤 이씨는 회생을 신청했다.

이씨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출을 받고 회생에 들어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업대출은 공문서 위조와 사기죄에 해당되며, 적발 시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어 더 큰 절망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작업대출 받고 회생·파산신청…"도덕적해이 심각"

조선DB

작업대출을 찾는 대출인들은 이 씨와 같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병원비, 사업 부도위기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작업대출이 범법행위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이유다.

인천에서 중고차를 이용해 작업대출을 하고 있는 브로커 위준식(33·가명)씨는 작업대출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적발이 쉽지 않고 꾸준히 작업대출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씨는 "사실 본인의 신용만 포기할 수 있다면 작업대출로 목돈을 만질 수 있다"며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신용 포기는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씨는 최근 작업대출을 찾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군인에서 대학생까지 아직 마땅한 직업도 없는 20대 중후반 계층이 작업대출 브로커를 찾는다는 것이다. 위 씨에 따르면 이들은 통상 처음부터 변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최대한 대출을 많이 받고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해 빚을 청산하겠다는 목적이다.

광주에서 작업대출을 하는 S씨는 "어차피 명의, 신용, 직업 등이 다 조작된 것이라 대출해준 금융사에서도 마땅히 추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거기다가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해 법원의 인가라도 떨어지면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 브로커의 과도한 수수료에 결국 '빈털털이' 범죄자 낙인

작업대출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지난 2005년이다. 이 당시 은행들은 대부분의 대출 작업을 수기로 진행했다. 그 결과 작업대출은 보다 쉬웠고 성공률도 높았다. 1금융권인 은행에서도 작업대출이 가능했고 담보대출이 아닌 대부분 신용대출로 작업대출이 이뤄질 정도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작업대출 성공률도 예전보다 낮아졌다. 그 결과 작업대출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옮아갔다. 작업대출 영역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서민대출상품이 작업대출의 새로운 표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위씨는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1금융권에서 작업대출 길이 막히면서 햇살론 등 서민금융 상품이 작업대출 표적이 됐다"며 "작업대출을 찾는 이들도 실제 금융 소외계층이기 때문에 햇살론 등 서민대상 대출상품으로 작업대출을 한다고 하면 좀 더 쉽게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작업대출을 했던 이들은 작업대출의 끝에 더 큰 절망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브로커들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로 정작 손에 쥐는 금액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또 실제 대출은 본인의 명의와 의지로 했기 때문에 작업대출 적발시 모든 죄를 본인이 뒤집어 쓰기도 한다.

작업대출은 공문서 위조와 사기죄에 해당된다. 적발 시 벌금형은 물론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형법 제225조 및 231조에 따라 위·변조한 문서가 공문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사문서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업대출은 금융 시장에서 항상 존재하고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급전이 필요할 때는 작업대출 같은 범죄 유혹에 빠지지 말고 정부가 제공하는 서민금융상품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