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오전 9시쯤 경북 경주 보문단지 스위트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전날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려다 노동조합과 지역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이날 회의 장소를 비밀리에 옮겨 안건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상법에 이사회는 이사·감사 전원 동의가 있을 때 (사전 통지) 절차 없이 언제든 회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시 중단 기간은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간이다. 그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사회에는 이관섭 한수원 사장 등 이사 13명(상임이사 6명·비상임이사 7명)이 모두 참석했다. 찬성 12명에 반대 1명으로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이사회에서 "그동안 연구와 교육에서 얻은 경험에 의하면 현재 논의되는 탈원전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과 향후 논의될 영구 중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기습 통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면서 "15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앞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이사회 무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쯤 사회 각계 단체 추천을 받아 에너지 비(非)전문가로 이뤄진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이후 시민배심원단 구성 등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된다면 10월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