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2400선을 돌파한 코스피가 14일 2414.63으로 사상 최고치를 한 번 더 갈아치웠다. 이런 거침없는 상승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투자 종목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의료·보험 등 중소형주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순매수 추이, 수익률 등을 보면 이런 흐름은 이미 지난 5월 초부터 시작됐다.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의 장세에 새로운 중소형주 바람이 불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올 들어 코스피 21개 업종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지난 5월 8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두 달간 코스피 업종별 주가 상승률에서 1위는 의료·정밀업종으로 수익률이 27.5%에 달했다. 의약품(18.8%), 은행(18.3%), 증권(16.6%)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정밀업종의 수익률은 연초(1월 2일~5월 4일)에는 1.1%에 불과했고 의약품은 6.7%에 그쳤는데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시선이 대형주 위주에서 저평가된 중소형주로 분산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600조원 넘어선 외국인, 중소형주로 시선 돌리나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의 투자 방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은 602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6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1770조3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굴리고 있는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가 달라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서비스(1조7600억원)와 금융(1조2500억원), 운수·장비(1조2100억원), 화학(9000억원)업종 순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금융(1조9900억원), 운수·장비(8900억원)업종 외에 보험(5400억원)과 운수·창고(3600억원)업종 등 비교적 중소형주가 많이 포함된 업종도 대거 순매수했다. 특히 보험업의 경우 연초 외국인은 1000억원가량 순매도했지만, 5월 이후에는 5400억원이나 순매수해 큰 차이를 보였고, 이런 흐름을 타고 같은 기간 보험업 주가 수익률은 2.4%에서 11.7%로 크게 올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연초만 해도 2700억원 순매수했던 전기·가스업종 주식을 5월 이후 1800억원 순매도했다. 5월 이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순매수(1조7600억원)했던 서비스업 주식도 5월 이후에는 816억원만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IT, 반도체와 같은 전기·전자업종도 약 두 달간 8700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개별 종목별로도 외국인은 5월 8일 이전까지 LG전자를 8170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그러나 5월 이후 LG전자 순매수액은 961억원으로 28위에 머물렀다. 반면 보험업종에 속하는 삼성생명은 5월 이전까지만 해도 순매수액이 426억원에 그쳐 전체 57위였지만 5월 이후 외국인이 3400억원 순매수하며 3위에 올랐다. 삼성화재는 연초에는 519억원 순매도해 전체 1129위에 머물렀지만 5월 이후 외국인이 2300억원가량 순매수하면서 9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 상승도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의 실적보다 주로 주식의 가격과 가치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최근 순매수하는 중소형주는 회사의 장부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으로 자산 매력이 높은 종목들"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관심이 대장주인 삼성전자 등에서 크게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우석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등의 기업 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여전히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국내 IT 대표주들을 계속 살 것"이라며 "최근 다른 업종들이 오른 건 이른바 '키 맞추기'로 볼 수 있고, 다시 IT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