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1호 원전(原電) 고리 1호기가 '퇴역식'을 가졌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40년 만이었다. 정부는 이후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악몽까지 겪은 일본은 달랐다. 지난달 일본 간사이전력은 1976년 가동을 시작한 후쿠이현 원전 미하마 3호기에 대해 20년 추가 운영을 공식 발표했다. 설계수명 40년은 끝났지만 지난해 말 일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년 연장 운영을 승인한 덕분이다. 원자력규제위는 "내진(耐震) 성능을 개선하고 사용후연료 저장소 보강 등 안전 조치를 강화하면 된다"는 설명을 달았다. 다카하마 1·2호기 역시 같은 조건으로 20년 수명 연장을 허가받았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일본은 전문가들이 안전 검사를 벌여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이를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자 원전 건설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전이 1

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10g에 불과하다. 석탄은 991g, 천연가스는 549g이다.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는 "원자력이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과 함께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고, 미 오바마 정부도 원자력발전을 포괄적인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의 하나로 포함시킨 바 있다.

세계원자력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새로 추가된 원자력 설비 용량은 25년 만에 가장 많은 9.1

였다. 전체 원전 설비 용량도 역대 최대인 391

를 기록했다.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전을 LNG발전소로 대체하면 한국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원전 반대 운동에 열을 올렸던 미 환경운동가들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미 환경단체인 환경보호기금 존 피니건 상임 자문위원은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원전을 폐쇄하고 가스발전으로 대체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건 사실 우려스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작년 10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을 가동했고, 현재 4기를 짓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원전 건설은 경제성과 온실가스 저감 분위기 속에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유국(産油國)들도 원전 건설에 동참하고 있다. 원전이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인식 아래 전기료를 줄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원유는 수출용으로 활용한다는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집트가 2022년까지 원전 4기를 짓기로 하는 최종 협약을 러시아와 체결한다고 최근 발표했고, 사우디는 2032년까지 원전 16기, UAE는 2020년까지 원전 14기를 완공할 계획이다. 요르단도 204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지난해에만 양장 2·3호기, 닝더 3호기 등 원전 8기를 새로 추가하면서 현재 가동 원전만 30기에 이른다. 중국은 '원전굴기(原電崛起)'라는 구호 아래 원자력 기업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도 원전 20기를 짓고 있으며 2020년까지 58

, 이후 30

를 추가할 계획이다. 영국도 2025년까지 원전을 전체 발전량 3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고, 러시아는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1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케냐, 가나, 남아공, 말레이시아 등도 원전을 늘리거나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원전은 2015년보다 7기가 많은 449기이며 건설·계획 중인 원전은 227기에 달한다. 중국이 61기, 러시아 32기, 인도 25기, 미국 22기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