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있는 중견 게임업체 블루홀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라는 PC 온라인게임으로 미국·유럽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30달러짜리 유료 게임인데도 지난 3월 출시된 이후 4개월 만에 판매량 500만 카피를 돌파했다. 북미(25%), 유럽(35%) 시장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렸다. 이 게임 하나로 번 돈이 약 1500억원 규모다. 전 세계 PC 게임이 유통되는 온라인 스토어 '스팀'에서 12일 현재 판매량 순위 1위에 올라있고 동시접속자가 약 24만명에 달한다. 직원 550명이 전부인 '한국의 작은 개발사'가 세계 게임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가장 뜨거운 게임을 만든 것이다.
블루홀을 포함해 넷마블·카카오게임즈·넥슨 등 한국 게임업체들이 북미·유럽 게임 시장에서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홍콩 같은 중화권에 집중했던 한국 게임업체들이 북미·유럽의 선진국 시장을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북미·유럽 게임 시장은 중국 시장(28조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57조원)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과 게임 트렌드 차이가 확연히 달라 한국 업체들은 진출에 실패하거나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북미·유럽 시장이 수년 내 중화권을 넘어서 제1 수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게임 수출에서 북미·유럽 시장 비중은 2014년 11%에서 2015년 28%로 급성장했으며, 올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와 유럽 향하는 국내 게임업체들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은 최근 북미 시장에서 메이저 모바일 게임업체로 급부상 중이다. 올해 2월 넷마블이 8000억여원에 인수한 캐나다의 게임 개발사 카밤이 치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밤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마블 올스타 배틀'은 지난 6일 처음으로 북미 앱스토어(애플의 응용프로그램 장터) 매출 1위에 오른 데 이어, 전 세계 70개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도 북미 콘솔(비디오) 게임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고 신작 로우브레이커즈를 8월 출시할 예정이다. 넥슨은 북미 현지 개발사에서 판권을 사들였고, 지난 6월 미국 LA에서 열린 게임쇼 'E3 2017'에서 공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카카오게임즈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지난해 3월부터 서비스 중인 RPG(가상 세계에서 주인공이 돼 진행하는 게임) '검은 사막'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검은 사막'의 북미·유럽 지역 매출 규모는 약 483억원. 카카오게임즈의 매출 1013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북미·유럽에서만 유료 이용자 50만명을 더 끌어모았다.
◇서구문화 이해하는 신세대의 힘
한국 게임업체들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현지 문화에 맞는 고사양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플레이어가 외딴 섬에서 무기를 이용해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액션 게임이다. 블루홀은 생존을 주제로 한 일본의 소설과 영화 '배틀로얄'이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여러 차례 게임화된 것에 착안했다. 블루홀 관계자는 개발을 위해 "이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 개발자 5명을 어렵게 영입해 개발을 맡겼다"고 했다.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 등 유명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카밤의 '마블 올스타배틀'도 서구권 문화 코드 저격이 적중했다. 장민지 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높은 완성도와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 현지 문화 코드에 맞춘 서비스가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이라며 "중국 시장 진출이 주춤해진 가운데 북미·유럽 시장이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