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균 전 롯데면세점 대표.

"면세점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자마자 심사위원들이 롯데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2015년 11월 14일, 국내 3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사업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을 상대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벌였던 이홍균(62) 전 롯데면세점 대표는 12일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이 전 대표는 1982년 롯데호텔 입사 후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장,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34년간 면세점 업계에서 일하다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획득 실패의 책임을 지고 이듬해 물러났다. 그는 "어제 관세청이 점수를 조작해 롯데의 면세점 사업권을 두 차례나 박탈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그동안 억울함이 생각나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년 전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기획담당 상무, 신규사업팀장과 함께 충남 천안시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면접 시작부터 작심하고 공격하는 심사위원들에게 크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정부 측 심사위원들은 '서울에서 3곳을 운영하는데 부정적 시각이 많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이면 독과점 아닌가', '백화점·마트의 갑질이 많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중인데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가' 등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정작 면세점 경쟁력과 관련된 '명품 브랜드 유치 전략은 뭔가'와 같은 질문은 거의 없었는 데다 심사위원 한 명이 아니라 상당수가 그렇게 몰아붙여서 관세청이나 공정위 지시를 받아 롯데를 혼내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심지어 당일 심사위원장이 '시내 면세점 시장 독과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고려해 달라'는 내용의 공정거래위원회 공문을 낭독하면서 '반(反)롯데'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었던 그들 롯데면세점 노조원 30여 명이 지난해 1월 국회 앞에서 면세점 사업권을 5년마다 심사하는'5년 한시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년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승인 심사 당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이홍균 전 롯데면세점 대표는"점수 조작으로 사업권을 박탈해 직원들을 실직 위기에 빠뜨린 공무원들을 강하게 징계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7월 말부터 그룹 경영권을 놓고 본격화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롯데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고 있었지만, 면세점 사업 역량을 평가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이 문제로 집중포화를 맞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워낙 심하게 몰아붙이길래 '경쟁력이 워낙 뛰어난 우리를 그냥 붙여주긴 뭣해서 일부러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이 전 대표는 "11일 감사원 발표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탈락 당시만 해도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情性)평가를 조작해 롯데를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점수가 딱 나오는 정량평가 수치를 고쳐서 탈락시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권 재승인에 실패한 뒤 롯데 내부에선 '정부의 결정을 믿고, 내부에서 실패 원인을 찾아보자'고 노력했는데, 결국 우리가 정부에 속았다고 생각하니 참담하다"고 했다.

지난해 6월 26일 롯데 월드타워점은 영업을 종료했다. 올 1월 재개장 할 때까지 롯데 소속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1300명은 다른 매장으로 옮기거나 순환 휴직하고 교육을 받으며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SK 워커힐면세점 직원까지 포함하면 2200여명이 실직의 벼랑 끝에 몰렸다. 이 전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분통이 터진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이들을 강하게 징계하고 처벌해 싹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민사소송이라도 제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