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청약이 진행된 세종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오피스텔’은 64실 공급에 2만4244명이 몰려 평균 37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H3블록 전용면적 79㎡A 타입으로, 16실 청약에 9513명이 신청하며 무려 594.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신청금은 한 사람당 200만원으로, 이날 조그마한 오피스텔 분양 현장에만 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일시에 모였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공급되는 ‘힐스테이트 암사’ 아파트 상가는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인 지난달 30일 55개 점포 분양이 모두 마감됐다. 상가는 보통 아파트 완공 때까지 힘겹사리 분양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하루 만에 분양을 마친 것은 이례적이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오픈 날 5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았는데, 상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이 온 편”이라고 말했다.

‘6·19 부동산 대책’의 타깃에서 벗어난 수익형 부동산에 눈길을 두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 오피스텔 분양권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상가에도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6·19 대책에 따라 인기 지역의 주택 청약과 분양권 거래가 어려워진 데 따른 반사이익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분양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가 예비 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

◆ 오피스텔 분양권에 수천만원 웃돈

6·19 대책은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를 금지하고, 청약 조정지역에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씩 강화하는 등 아파트 분양시장의 투기수요를 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오피스텔의 경우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청약에 별다른 제한이 없고 분양권 거래도 자유로운 편이다. 주택법상 주택이 아니라 대출규제도 덜해 이번 대책에선 완전히 비켜나 있다. 상가도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대책 발표 직후부터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였는데, 이제 그런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책 이후 분양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방문객들이 늘어섰고, 분양 직후 풀린 오피스텔 분양권에는 수천만원의 웃돈도 붙었다. 지난달 평균 45대 1로 청약이 마감된 ‘힐스테이트 미사역’ 오피스텔 전용면적 72㎡의 경우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을 얹어야 매입할 수 있고 전용 84㎡는 웃돈이 4000만원을 호가한다.

하남시 망월동 E공인 관계자는 “분양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이미 거래가 많이 됐다”면서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달린다”고 말했다.

상가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19일부터 이틀간 LH 아파트 단지 상가 점포 55곳의 입찰을 받은 결과, 23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리면서 모두 팔렸다. 평균 낙찰가율은 192.7%로 나타났고, 낙찰가율이 200%를 넘은 상가도 24개나 있었다. 화성 봉담2지구 A4블록 한 점포의 경우 예정가(1억8800만원)보다 3억8088만원이 많은 5억6888만원에 낙찰돼 최고 낙찰가율(302.6%)을 기록했다.

최근 일산에서 오피스텔과 함께 분양된 한 단지 상가 126개 점포는 분양 5일 만에 모두 계약을 마쳤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에 이어 이번 대책에서도 상가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고 말했다.

◆ 수익형 부동산 인기 계속될 듯…“기준금리 인상·공급과잉 변수”

한동안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규제를 피한 데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직도 저금리 기조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수익률이 대체로 떨어지고는 있지만, 연 1~2% 수준인 예금금리보다 여전히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역별 오피스텔 연간 임대수익률 추이.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원하는 은퇴세대가 늘고 있고, 2030 젊은 층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수익형 부동산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7만77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3665건)보다 45% 늘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이 계속 늘고 있어, 투자 시 반드시 과잉 공급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7만4178실의 오피스텔이 분양돼 2002년 이후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입주 물량도 3만6598실이나 된다. 하반기엔 3만791실이 입주한다. 올해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오피스텔 임차 수요는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공급은 계속되고 있어 수익률이 계속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아직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투자’를 자제하고, 배후 수요와 분양가 수준 등을 세심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