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아이들 장난감 중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변신한 로봇 여러 개가 합치면서 더 큰 힘을 얻기도 합니다. 합체 전에는 각각 작은 몸의 이점을 살려 재빨리 움직이고, 합체 후엔 강력한 적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거죠. 기업도 합체나 분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경영 환경이나 경제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이 나눠지는 경우를 '분할', 합쳐지는 경우를 '합병'이라고 합니다. 기업 분할은 말 그대로 하나의 회사를 둘 이상의 회사로 나누는 것이고, 합병은 합치는 것이죠. 기업 분할과 합병은 왜 하는 걸까요?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 그리고 합병

지난 2014년 5월 인터넷포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이미 상장회사인 다음과 합병하면서 우회 상장의 효과를 얻으며 PC 기반 서비스의 인프라를 확보했습니다. 다음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 목적은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발표에서도 드러납니다. 합병을 통해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은 셈입니다.

이번엔 기업 분할을 볼까요? 분할에는 크게 '인적 분할' '물적 분할'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인적 분할은 한 회사를 쪼개서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기존 회사와 주주 구성이 동일한 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겁니다. 즉 기존 회사와 주주 구성이 동일한 신설 회사가 설립되는 겁니다. 지난 2011년 2월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에서 '이마트'를 인적 분할해 신설했습니다. 기존 신세계 주주들의 지분율이 똑같이 적용된 '이마트'라는 법인이 새로 생긴 것이죠. 당시 분할 목적은 이마트는 대형마트,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으로 분리해 전문성·경쟁력을 높이고, 독립경영·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와 달리 '물적 분할'은 분할 신설되는 회사 지분 100%를 기존 회사가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을 말합니다. 물적 분할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적이 나쁜 사업 부문을 떼어서 매각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죠. 한편 물적 분할은 핵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방어할 때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지주사 전환'에 활용되는 인적 분할… '자사주 마법' 효과

앞서 본 신세계의 '인적 분할'은 특정 사업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 분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업 오너들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일부 정치권에서 이를 막으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자사주 2121만여주(13%)를 전량 소각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시가 47조원의 주식을 태워 없앤 것이죠. '자사주의 마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지주사 백지화를 선언한 것입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하게 되면 기존 법인인 '삼성전자 지주사'와 신설 법인인 '사업회사 삼성전자'로 나뉩니다. 인적 분할에 따라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으므로, 존속법인인 지주사는 자사주 지분율에 해당하는 사업회사의 지분(13%)을 자동으로 확보하게 됩니다. 원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회사가 분할되면서 법인격이 달라졌기 때문에 의결권이 부활하게 됩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부활하면서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이 높아지는 겁니다.

지난 4월엔 롯데그룹이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 사를 주축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자사주 마법을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4개 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 회사들을 하나로 합쳐 통합 지주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중공업도 4월 인적 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로보틱스 등 네 개 회사로 나누고,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 같은 '자사주 마법'을 활용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많아지자 정치권에선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상법 개정안 일부는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신설 회사의 주식 배정을 금지하는 등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이용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전환을 빌미로 자사주를 활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처럼 '자사주 마법'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지주사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자사주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SK케미칼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로 조직을 인적 분할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자사주는 소각하거나 매각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순환 출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소유 구조를 간명하고 투명하게 하려면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고, 적대적 투자자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해주는 '자사주 마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