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2013년부터 해킹을 당하고 2014년 2월 결국 파산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사업 기회를 봤습니다. 해킹 문제만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죠. 가상화폐 거래소는 결국 화폐를 거래하는 금융 서비스입니다. 가상화폐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의 보안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IFC 데일리금융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2009년 데프콘 CTF 세계 해킹대회에서 3위를 했던 화이트 해커 출신이다. 회사 설립 계기를 물으니 해커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차 대표는 2014년 2월 가상화폐 거래와 해외 송금을 서비스하는 회사인 코인원을 설립했고 2015년 8월 데일리금융그룹 투자를 유치하며 데일리금융 그룹의 계열사로 합류했다.

현재 코인원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Ethereum),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ripple)이라는 가상화폐 4가지를 거래할 수 있다. 또 가치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상화폐를 찾아 코인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을 돕기도 한다.

코인원은 대용량의 체결 서버를 갖추고 있으며 예탁금을 맡겨놓으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제공한다. 그는 “최근 코인원은 국내에서 두번째, 세계적으로는 10위 안에 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됐다”면서 “지난 6월 한달에만 7조600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 대표가 주목하는 것은 비트코인 그 자체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거래 방법인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다. 그는 금융시스템에 모든 참여자가 정보를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보안관리 비용과 전산 유지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어 네트워크 참여자의 합의를 통해 거래한다. 과반수의 네트워크 참가자가 공개적·개별적으로 거래를 합의할 때만 거래가 인정된다. 이 거래 기록을 저장한 데이터베이스(DB)가 블록체인이다.

각각의 거래를 블록이라고 하는데, 한번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 전체 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이 바뀐다. 이 장부를 조작하려면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는데, 수시로 갱신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거의 불가능하다.

차 대표는 “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지난해 8월 해외 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코인원은 크로스에 송금신청이 들어오면 입금된 원화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매수하고 이를 해당 국가에 전송한다. 해당 국가 제휴사는 코인원이 보낸 가상화폐를 매도한 후 해당 현금을 수신자에 입금 해준다. 이더리움은 가격 변동폭이 커 비트코인을 자주 쓴다.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수수료는 1%다 . 중국의 경우 1시간 이내에 중국 계좌로 입금된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아 거래 규모가 크진 않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개인이 해외 송금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율은 10%에 달한다. 국내 은행이 국제 중개은행을 거쳐 해외 수신은행에 입금되다보니, 기본 송금 수수료 외에도 은행별 수수료, 전신료, 환전료, 중개 수수료가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여러 중간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최종 송금하는 데 이틀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기존 해외 송금과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해외송금 방법 개념도.

차 대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는 은행, 카드사와 같은 중간자들이 잡아먹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줄 수 있어 혁신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중간에 신뢰할 기관이 없어도 거래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보증기관, 신탁사 등이 없이 네트워크 상에서 직거래 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인원은 가상화폐 종합 서비스 제공 회사를 꿈꾼다.거래소와 송금 서비스 외에도 차트와 가상 화폐 정보 제공, 범죄추적 서비스 등도 계획하고 있다. 코인원 회원들은
이 회사가 정리한 가상 화폐 주간 단위 뉴스를 받아볼 수 있다.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주목받자 새 가상화폐를 내놓는 회사나 단체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차 대표는 “가상화폐에 대해 학습한 이후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하면서 “화폐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가상화폐를 매수하기보다는 5~10년 후에도 금융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중에서는 이더리움과 리플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이더라는 화폐로 거래되는데, 블록체인 기술에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전자계약 기능을 추가한 확장형 블록체인으로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주목받는 리플에 대해서는 "원화를 달러로 바로 해외송금하는 게 좋은지 엔화 같은 중간 화폐를 거치는 게 유리한 지 알려주는 특성 때문에 금융권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들의 가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소액 해외결제나 해외송금에 장점이 있지만, 변동폭이 커서 법정화폐를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는 사업자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더 나은 기술을 적용한 좋은 가상화폐이기 때문에 오를 것이라는 논리는 사기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차 대표는 “가상화폐는 시장 신뢰를 받는게 중요하므로 고수익을 보장하거나, 가격 상승을 강조하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