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 광고와 재고 떠넘기기, '보복 출점'….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연 매출 1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본사 횡포와 경영 미숙으로 가맹점들이 피해를 떠안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올 1~5월 프랜차이즈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가 280건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본부 선전만 믿고 가맹점을 열었다가 매출 부진으로 1~2년 만에 폐업하거나, 본사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점주들이 손실을 떠안는 등 피해가 늘자 최근 가맹점주 보호를 강화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2일 국회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에 대한 개정안 2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법안도 있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불법 행위로 인해 가맹점이 손해를 입으면 실제 피해금의 최대 3배 금액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법안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 본부와 가맹점 간 거래에 대해 서면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공표하는 걸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호식이 방지법' 등 23건 계류 중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관심은 점포 1㎞ 이내에 동일 업종의 출점을 금지한 법안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일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편의점을 포함한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 때 기존 매장 1㎞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동종 영세업체 매장 인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할 수 있지만, 이 권고에는 강제성이 없어 영세 상인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프랜차이즈를 탈퇴한 가맹점주 점포 근처에 '보복 출점'을 벌여 논란이 됐던 인천시 중구 미스터피자 동인천점. 정우현 MP그룹 회장은 지난달 "논란이 된 점포를 즉시 폐점 조치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학현(37)씨는 "5년 전 편의점을 열었을 때만 해도 반경 200m 안에 편의점이 딱 2개 있었는데, 지금은 5개로 늘었다"며 "같은 브랜드 편의점은 250m 안에 세울 수 없지만, 다른 브랜드 편의점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새 점포가 들어설 때마다 수익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프랜차이즈 대표의 추문이나 일탈 행위로 불매 운동이 일어나 경제적 피해를 본 가맹점주를 지원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이후 가맹점 매출이 최대 40% 감소한 사건을 계기로 발의돼 일명 '호식이 방지법'으로 불린다. 가맹본부의 준수 사항에 본부와 경영진이 프랜차이즈 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경영진의 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조항을 가맹계약서에 추가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경영진의 일탈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 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프랜차이즈 본부의 특정 위법행위에 대해 가맹점주가 법원에 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들에게 갑자기 '닭 한 마리당 광고비 500원을 부과하겠다'고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됐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맹점주들은 본부의 이 같은 요청을 '부당한 요구'로 보고 법원에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본부는 추가 광고비를 걷을 수 없게 된다. 박 의원실 측은 "본부와 가맹점 간 종속적 갑을 관계로 인해 본부의 부당한 요구에 점주들이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필수 물품의 구매를 강요하거나 영업시간을 부당하게 강제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를 강화하고, 본부의 판촉 행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거나 광역 지자체에 프랜차이즈 본부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일률적 규제는 산업 위축 우려"

정부도 프랜차이즈 가맹점 보호에 가세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부의 보복 금지 규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감시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에서 식품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담합이 없었는지에 대해 소비자 단체와 연계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가격을 인상할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내 굴지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한 것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난 15~16일 BBQ 지역 사무소와 본사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동결과 인하 방침을 내놓았다. BBQ는 지난달 가격을 올린 30여 제품에 대해 모두 원래 가격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고, 교촌치킨도 평균 6~7%로 예고한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또 bhc치킨은 한 달간 대표 제품 3가지 가격을 1000~150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갑질 근절과 골목 상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정위 방침에 치킨 업계뿐만 아니라 커피·피자·외식 등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본사의 '갑질'을 막아 가맹점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법안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자칫 프랜차이즈 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매출이 매년 10~20% 늘고 있는데, 일률적으로 1㎞ 출점 거리 제한을 받으면 성장세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지역과 상권에 맞도로 규제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법 규제는 업종의 특성과 회사 규모에 맞게 적용돼야 하는데 최근 발의되거나 통과된 개정안들은 모든 업체를 일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