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등극은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바꾼 사건으로 평가된다. 인텔은 1993년 개인 컴퓨터용 펜티엄 중앙처리장치(CPU) 칩을 출시한 이후 24년간 반도체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왔다. 삼성전자는 인텔이 부가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포기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 모두 원조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2006년 TV 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제친 뒤 12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고, 스마트폰은 2011년 애플을 넘어서 7년째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 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불황기 때 과감한 선행 투자를 단행하면서 후발 주자의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다.

인텔과 격차 벌려 확고한 1위 될 듯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호황과 차별화된 기술력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D램 시장의 48%, 낸드플래시 시장의 37%를 차지하며 메모리 반도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3차원 반도체와 초미세 공정 등 핵심 기술에서 경쟁사들을 6개월 이상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계속 폭등하고 있다. 스마트폰 메모리가 대용량화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PC용 CPU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지각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세계 최대’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평택 반도체 공장. 16조원을 투자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최신 제품인 64단 3차원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한다.

두 회사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점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달리, 비(非)메모리로 분류되는 시스템 반도체는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각종 프로세서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1위 반도체 기업의 입지가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50조 넘어설 듯

반도체와 함께 스마트폰·TV등 핵심 완제품 부문도 호조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3조1189억원에 이른다. 세계 제조업체 중 1위로, 역대 최대였던 2013년 3분기의 10조16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외신들은 1분기 1위였던 애플이 2분기에 최대 12조원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분기에 미국 인터넷 기업 '빅 4'로 꼽히는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이른바 '팽(FANG)'의 전체 영업이익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4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11억5000만달러(약 12조7500억)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절반이 넘는 7조9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한다. 고가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30%대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애플을 훨씬 앞선다. 제품 사양이 경쟁 업체보다 뛰어난 데다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공정 기술도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이 따라잡는 데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2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2분기에는 1조원 이상 늘어난 3조5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노트8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5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2013년 달성했던 36조790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