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 공정위가 제재한 4개 공기업들의 법위반행위 내용.

감사원은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남동·중부·서부발전의 '터빈로터 정밀진단용역 수의계약 체결'에 대해 '주의' 통보를 내렸다. 이들이 발전설비 검사업체인 A 사에 부당하게 터빈로터 건전성 평가 일감을 몰아줬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 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경쟁에 부치도록 돼있지만 발전사들은 "A사만 용역수행이 가능한 초음파 검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한전 전력연구원 벤처기업으로 출범한 A사는 한전 퇴직자 B씨가 지분 73%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A사 이외에도 용역수행이 가능했던 것이 밝혀졌다. A사가 이 수의계약으로 취한 이득은 13억5500만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기업의 부당한 자회사 지원 조사 대상으로 우선 주목하는 공기업은 자회사를 많이 보유하고 퇴직임원들이 그곳에 자리잡은 대형사들이다. 공정위는 자회사 부당지원과 퇴직자 설립회사 부당지원을 우선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거래조건 설정 ▲비용 미지급 ▲자신이 부과받은 과태료를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행위 ▲공사대금 부당 회수 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자산규모가 크고 자회사가 많은 공기업들은 퇴직임원들을 무더기로 자회사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 혹은 민간출자회사 사장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이에 따른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도 빈번하지만, 최근 3년 간 공정위로부터 제재받은 곳은 지방공기업을 제외하면 8곳에 불과했다.

조선비즈가 2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경제부처 산하 자산기준 30개 공공기관의 퇴직 임원 재취업 현황을 조사해보니 절반 수준인 14개 공공기관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퇴직임원을 자회사 또는 출자회사에 재취업시켰다.

조선일보 DB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이 8곳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나머지 6곳은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이었다. 퇴직임원을 가장 많이 재취업시킨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철도공사로 각각 10명과 8명을 자회사 등에 재취업시켰다. 이들 회사는 앞서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자회사 지원 등으로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어 수자원공사, 토지주택공사(이상 4명),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이상 3명),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이상 2명),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도로공사, 강원랜드(이상 1명) 순이다. 이중에서 수자원공사와 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4곳은 이미 자회사 부당지원, 공사대금 부당 감액, 퇴직자 설립회사 부당지원 등의 불법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2013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명의 퇴직임원을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서부발전 등 자회사는 물론 일부 지분을 보유한 출자회사 캡코알스톰피에스 등에 재취업시켰다. 한전은 민간과 함께 세운 출자회사에 퇴직임원을 보내기도 했다. 박모 임원은 2015년 8월 27일 퇴직후 같은달 31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초대 사장으로 재취업했다. 이곳은 현대자동차 등 민간기업도 출자해 2015년 설립된 회사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코레일공항철도,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자회사와 신세계 의정부역사, 롯데역사 등 민간자본이 투입된 출자회사에 퇴직임원을 무더기로 내려보내 한전 다음으로 퇴직임원 재취업이 많았다. 특히 롯데역사의 경우 2014년 3월 강모 임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까지 5명의 퇴직임원이 줄줄이 내려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지분은 롯데쇼핑주식회사 및 특수관계자가 68%를 한국철도공사가 25%를 보유하고 있어 민간 지분율이 높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4명의 퇴직임원을 재취업시켰다. 김모 임원과 이모 임원이 각각 2013년과 2016년 자회사 워터웨이플러스 사장을 맡았다. 최모 임원은 자회사 JSC NENSKRA HYDRO, 차모 임원은 이 회사의 자회사(수자원공사의 손자회사)인 STAR HYDRO POWER로 내려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도 4명의 임원이 알파돔시티자산관리 등 출자회사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가스공사도 3명의 퇴직임원이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자회사에 재취업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도 3명이 인천공항에너지 등 3개 회사에 자리를 잡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대상 공기업을 특정한 단계는 아니지만, 자회사를 많이 보유한 공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후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