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 말고는 (일자리를 나눌) 방법이 없습니다. "(박성주 선창산업 노조위원장)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도 앞바다에 있는 선창산업 정문에는 매일 수백장의 목재 합판을 실은 대형 트럭이 드나든다. 국내 건설업체나 해외로 내다 팔기 위해서다. 430여명의 직원이 공장 4곳에 흩어져 합판, 제재목(製材木)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무거운 목재를 가공하고, 용도와 크기에 맞게 합판을 제작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든 직업 가운데 하나다.
더운 바람이 스며드는 공장에서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뤄진다. 하지만 선창산업 직원들의 얼굴엔 미소가 묻어난다. 선창산업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의 근로시간이 줄고 대신 새로 직원을 뽑으면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창산업은 일자리를 나눠 신규 직원을 채용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규직 임금 양보로 직원 더 뽑아"
작년 2월만 해도 이 회사 직원 수는 350여명이었다. 이들은 23만여㎡(약 7만평) 부지에 있는 공장을 온종일 돌려야 해 직원들이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12시간 근무하는 주간조와 나머지 12시간을 일하는 야간조로 맞교대로 일했다. 하루 12시간 중노동이 반복되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선창산업 경영진은 이런 구도에선 제대로 공장을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원을 더 뽑아 노동 강도를 줄이기로 했다. 회사는 기존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줄여서 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업무 시간 감축으로 아낄 수 있게 된 인건비를 활용해 새 직원들을 뽑기로 했다. 기존 직원들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서 두 팔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문제는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월급이 깎인다는 점이었다. 선창산업 관계자는 "원래 받던 월급에 맞춰 가계를 꾸리던 직원 중 일부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직원은 피로가 쌓여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는 것보다는 삶의 여유를 찾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노사가 협상을 진행했다. 2015년 5월부터 10월까지 노사 각각 10명씩 참여하는 회의를 아홉 차례 열었다. 노조도 근로시간을 줄어든 만큼 월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임금을 얼마나 줄이느냐를 놓고 진통이 거듭됐다. 사측은 15~20% 줄이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난색을 표시했다. 수차례 협상 끝에, 노사 양측은 급여를 10% 정도 줄이는 대신 직원 80여명을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박성주 선창산업 노조위원장은 "일자리를 나누려면 회사는 기존 사원 월급만 왕창 깎으려 해서도 안 되고,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난 인건비는 생산성 높여 극복"
일자리를 나눈 뒤 선창산업에는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좋아지면서 생산성이 오르고 매출도 늘어났다. 2012년 2414억원, 2015년 3092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일자리를 나눈 다음 해인 2016년엔 3113억원으로 증가했다. 합판 생산량은 다소 줄었는데, 합판 관련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어난 인건비는 경영에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80여명의 인건비를 기존 직원 350여명이 덜 받은 급여로 모두 메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선창산업은 급여 삭감분만으로는 신규 인력 인건비가 감당이 안 돼 인건비 지출이 4.5% 이상 늘었다. 또 생산직 근로자들은 매년 자동으로 월급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머지않아 급여 수준도 원래대로 돌아가게 돼 있다. 하지만 선창산업 관계자는 말했다. "두려움은 있지만 생산성을 높여서 뚫어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