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31' 등으로 유명한 SPC그룹이 CJ그룹과 같은 종합식품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SPC그룹의 본업인 프랜차이즈(가맹) 사업의 성장성이 출점 제한 및 골목상권 보호, 가맹점주 우대 정책 등으로 악화하자 외식과 식품유통 사업을 강화한 결과다.

SPC그룹은 1945년 고(故) 허창성 창업주가 설립한 제과공장 삼미당에서 출발했다. 삼립빵, 샤니빵 등 공장빵을 주로 생산하며 유명세를 탔고 특히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8년부터는 외식업 등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라그릴리아 등 외식 브랜드,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쉑 등을 잇따라 출범했고 샐러드용 야채나 음료 원액·소스류를 만드는 식품소재사업과 식품소재를 외식업장 등에 공급하는 식품유통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사업군의 성장 덕에 SPC삼립은 고성장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 매출은 2012년 8334억원에서 지난해 1조8703억원으로 4년 사이에 124% 늘었다. 영업이익도 이 기간 114억원에서 655억원으로 5배 가량 뛰었다.

서울 중구 동대문 두타광장에서 열린 쉐이크쉑 4호점 개장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이 리본을 자르고 있다.

◆ 지난해 71주년 맞아 사명변경…식품 유통 강화로 사업모델 CJ와 비슷해져

외식 등 신사업을 주도하는 SPC삼립은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회사다. 지난해 10월 창립 71주년 기념식을 기점으로 사명을 '삼립식품'에서 'SPC삼립'으로 바꿨다. 기존의 공장빵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주력이었던 제빵 가맹사업이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SPC삼립은 식품유통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말 해당 사업부문을 SPC GFS란 이름의 회사로 물적분할했다. 또 지난해 10월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를 SPC GFS 대표에 앉혔다. 권 대표는 198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CJ푸드빌 경영기획실장, CJ제일제당 영업SU장 등을 역임한 식품유통 전문가다. 2014년 2월 SPC그룹으로 영입됐다.

2015년 만하더라도 샤니·삼립 등 제빵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38.47%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식품유통사업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부터 식품유통사업(SPC GFS 포함)의 매출 비중(43.5%)이 1위로 부상했다.

권인태 SPC GFS 대표

SPC 한 관계자는 "권 대표 취임 이후 SPC GFS가 'CJ 화(化) 돼가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식재료 제조부터 식품 유통, 물류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외식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허영인 SPC 회장의 둘째 아들 허희수 SPC 부사장이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의 실적이 돋보인다. 쉐이크쉑은 현재 점포가 4개로, 강남과 청담, 분당, 동대문에서 집객 효과(전체 상권에 고객을 불러모으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브랜드 라그릴리아의 점포 수는 현재 9개다.

SPC그룹에서 외식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브랜드는 총 10개 정도다. 이중 쉐이크쉑과 프랑스 디저트인 마카롱 전문점 '라브리'를 제외하면 모두 SPC가 자체 개발한 외식 브랜드다. 2007년 문을 연 퀸즈파크를 비롯해 2008년 라그릴리아, 2009년 라뜰리에, 2012년 스트리트, 2013년 베라, 2014년 그릭슈바인, 2016년 하이면 우동과 올해 피그인더가든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년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허희수 SPC 부사장은 지난해 쉐이크쉑 기자간담회에서 "외식 사업을 강화해 2025년까지 외식 사업 부문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SPC GFS 군포물류센터 전경

그러나 식품유통사업의 그룹사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버거킹 등 외부 업체에도 식품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KTB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치 등 SPC GFS의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그룹사 내부시장)' 매출이 약 7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손주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식품 관련 그룹사들은 SPC GFS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든든한 배경이지만, 내부시장 수익률은 0.5% 수준이기 때문에 마진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 간편식·음료사업도 넘본다…올해 매출 2조원 돌파

SPC삼립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천연 및 향신료 재료를 분쇄·가공처리한 조미료 제조업', '기타 과실·채소 가공 및 저장처리업', '기타 비알콜음료 제조업' 등을 새 사업목적에 넣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음료 사업 영역까지 보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올해 충청북도 청주 종합식재료 가공센터를 완공하는 대로 HMR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청주공장에 35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6000㎡(약 5000평) 규모로 건립되는 이 센터에서는 빵·케이크· 샌드위치 제조에 필요한 각종 원료와 주스, 야채가공품 등을 만든다. SPC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회사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맡겼던 음료를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을 통해 자체 가공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SPC삼립은 외식업과 식품유통사업에 가정간편식까지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크다"며 "종합식재료가공센터를 통해 야채 가공품과 소스, 음료 베이스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PC삼립의 올해 매출은 2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052억원, 영업이익은 13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각각 32%, 11% 늘어난 수치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SPC삼립의 올해 매출 예상액 평균은 작년보다 21.0% 늘어난 2조263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1% 늘어난 78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