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톤급 재료 발표 예정. 강력 매수 추천'
지난 5월 10일 오후 12시 48분. '부자아빠'란 발신인으로부터 수상한 문자가 왔다. A주를 무조건 사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A주는 전날보다 20% 넘게 오르며 3160원에 마감했다. 거래량도 4400만주를 기록했다. 전날 거래량(1500만주)보다 3배 많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끝내 문자 메시지가 암시했던 '메가톤급 재료'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주가는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1일, 12일 이틀에 걸쳐 주가는 30% 가까이 떨어져 2285원이 됐다.
# '유증(유상증자) 물량 충분히 소화 끝. 랠리 시작하겠습니다. 강력 매수 들어가세요.'
닷새가 지나 '신부자아빠'란 이름으로 또 다시 A주를 추천하는 문자가 왔다. 문자가 도착했던 9시 32분부터 5분 동안 주가는 2445원에서 2515원까지 오르며 잠깐 뜨는 듯했다.
그러나 그가 보낸 문자는 상승이 아닌 '하락 랠리'의 신호탄이었다. 지난번과 달리 주가는 이내 우하향했다. 15일 A주는 2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이 지나 6월 20일 A주는 1620원까지 떨어졌다. 첫 문자가 왔을 때(3160원)와 비교하면 주가는 반토막 났다.
부자아빠, 신부자아빠, 리치클럽 등의 이름을 내걸고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스팸 문자가 기승이다. 양상은 똑같다. 처음 연락이 오면 주가는 거래량 급증과 함께 가파르게 오른다.
사라는 내용만 있다. 팔라는 말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폭락한다. 비합리적인 기대감에 편승했던 투자자들은 '부자아빠'의 매물만 받아준 꼴이 됐다.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문자는 계속해서 오고 표적이 된 종목은 들썩이고 있다.
◆ 한 번 얽히고 끝이 좋았던 종목은 하나도 없어…등락 타이밍도 제각각
한 번 이들의 손을 거친 후 끝이 좋았던 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신부자아빠'가 권했던 종목 4개를 살펴봤다. 3개 종목은 이미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모두 허위·과장 소식이 들리기 전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다른 한 종목은 여전히 '작업'이 진행중이다.
'메가톤급 호재', '숨겨진 재료', '1조원 사업' 등 터무니 없는 내용에 혹한 투자자들은 전부 개인투자자다. A주는 첫 문자가 오고 나서 일주일 동안(지난 5월 10일~16일) 개인이 11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58억원, 11억원 순매도했다. 기관투자가에 포함되지 않는 법인인 기타법인도 43억원 순매도했다.
P주와 T주도 일주일 놓고 봤을 때 문자 이후 개인투자자가 몰리며 거래량이 급증했다. 결국 '개미'들이 막차라도 타보자는 심정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한순간에 '지옥행 열차'에 타게 된 것이다.
문자 메시지가 오고 나면 주가는 순간 급등했다. 하지만 매번 '더 오를 것이다', '계속 사야 한다'고만 알려주기 때문에 일반 개인들은 주가가 급락할 때까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
A주는 첫날 상승마감하고 다음날부터 급락했다. 반면 P주와 T주는 모두 '피싱' 이후 15% 넘게 올랐다가 당일 하락 마감하는 등 등락하는 타이밍이 제각각이다.
◆ 금감원 관리·감독 강화하겠다 했지만 여전히 활개…6월 20일은 문자 왔지만 잠잠
금융당국은 최근 3개월 동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량매수 계좌를 추적하는 등 피해 방지와 유포자 적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신부자아빠'는 여전히 보란듯이 활개를 치며 주식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부터 금감원에 접수된 대표적인 종목 5개를 중심으로 대량매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지난 5월 25일 밝혔다. 또 금감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 거래 사례에 대한 제보를 분석하고 풍문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들어 '신부자아빠'는 N종목을 대상으로 한 추천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주가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의 터무니 없는 목표가를 제시하고 실체가 없는 신규 사업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오전에 신규 사업 발표가 임박했다는 문자가, 오후에 상한가 도전할 예정이니 공격적으로 매수하라는 문자가 유포됐다. 이날 주가는 장중 전날보다 10% 가량 오르며 연중 최고가(1만400원)를 경신했다. 이후 장이 끝날 무렵 급락하기 시작해 전날보다 10% 하락한 8500원에 마쳤다.
거래량은 2300만주를 기록하며 N종목 상장 이후 평균 거래량인 110만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마찬가지로 개인이 110억원 순매수하며 1억원 순매도한 기관이나 500만원 순매도한 외국인보다 압도적인 수급을 보였다. 개인이 순매수한 물량은 대부분 기타법인 순매도에서 비롯됐다.
또 공교롭게도 이날 N종목의 최대주주로 있던 D회사의 특별관계인들은 9000원대 가격에서 150만주 가량(150억원 규모)을 팔아치웠다.
다만 지난 20일에는 문자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N종목은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문자는 '오후에 베팅에 들어간다. 재료가 나오면 지금과 같은 가격이 안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거래량은 전날보다 감소했고 개인은 순매도하며 장을 마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시·감독을 강화한 이후 최근 들어 '피싱'과 관련한 민원은 줄었고 문자 메시지 내용도 과거에 비해 강도가 약해졌다"며 "약간의 변화가 보였고, 투자자들도 점차 유포 문자를 따라 매매를 하는 경향을 줄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