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지난 19일 국내 증시에서 건설업종이 하락 마감했다. 그러나 낙폭이 크진 않았다. 정부가 앞장서서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긴 했지만, 당초 시장의 우려보다는 덜 강압적인 정책을 선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내수 부양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만큼 향후 부동산에 관한 추가 규제가 나오더라도 건설업종에 찬물을 끼얹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투기 과열 방지에 대한 정부의 경계심이 강해서 투자심리 자체는 일시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투기과열지구 지정 제외…"증시 영향 미미"
지난 19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38%(9.07포인트) 오른 2370.90에 장을 마감했다. 전기·전자와 섬유·의복 업종이 2% 이상 상승한 가운데 통신, 제조, 의약품 등도 전거래일 대비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건설업종은 0.69%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전체 지수는 0.71%(4.74포인트) 오른 675.44에 거래를 마쳤지만 건설업종은 0.93% 하락했다. 동부건설(005960), 대우건설(047040),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KCC건설(021320)등 주요 건설사 주가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오전 문재인 정부는 첫 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오는 8월에 발표할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대비한 맞춤형 정책의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 11월 3일 지정된 37개 조정 대상 지역에 경기 광명과 부산 기장군·부산진구 등 3개 지역을 추가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비율을 10%포인트 강화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정부는 현재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만 적용되고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을 서울 전지역과 21개구 민간택지로 확대하고, 기간도 1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등기시까지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부동산 과열 방지책이 제시됐지만 시장은 의외로 "약했다"고 평가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부산, 세종 등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이번 대책에서 아예 빠졌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면 전매 제한 기간이 연장되고, 각종 대출과 재건축 주택 수 등에도 제한이 따른다.
박찬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시장에 일시적으로 과도한 충격을 주는 것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이 같은 반응을 증명하듯 이날 주식시장에서 건설업종의 낙폭도 우려 만큼 크진 않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관련 리스크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단기 조정은 이뤄질 수 있겠지만 이번 대책 자체가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호실적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 흔들릴 정도로 약한 흐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새 정부 목표는 내수 진작…건설업종 매수 유지"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요소가 제법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에서 건설업종 투자자들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부동산 과열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장미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함께 건설업종 주가는 5월 내내 강세를 나타냈다. 5월 9일부터 30일까지 건설업종 주가는 5.9% 뛰어올랐다. 그러나 6월 들어 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는 다시 3% 이상 하락했다.
박찬주 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건설업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열 지역의 투기수요가 지속되거나 확산될 경우 8월에는 강력한 종합대책이 발표될 수 있다"며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건설업종에 대해 대체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정부가 오는 8월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더라도 주택시장 전반에 걸친 규제 강화보다는 일부 지역에 한정된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전국 주택 가격이 상승했으나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일괄적인 규제 적용은 어렵다"며 "가격 상승 상위 지역은 서울과 부산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고, 지방 주택가격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상반기 7만호에서 하반기 10만호 이상으로 급증한다"며 "규제 강화로 기존 주택 매매가 위축되면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분간 건설업종 주가의 상승 모멘텀은 약할 수 있으나 하락시 저가매수로 대응하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현재 새 정부의 경제 관련 방향성이 내수경기 진작인 만큼 투자자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규제를 쉽게 내놓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과거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같은 규제가 당장 나오긴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