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돈줄 죄기’ 정책에 가수요가 이끌어온 주택시장 과열 판도가 지금과는 다른 흐름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투자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대출이 제한되면서 더는 수요자들이 저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과열된 부동산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면 수요자의 금융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정부의 금융 규제로 향후 대출 금리가 오르고, 대출총량이 줄어들면 ‘빚내서 집사자’는 방식이 더는 주택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 방안’은 조정 대상지역에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비율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조정 대상지역의 LTV를 70%에서 60%로, DTI는 60%에서 50%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DTI의 경우 잔금대출에도 적용된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서울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7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6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종전보다 10%포인트 감소하고, 아파트 잔금대출에도 이 비율이 적용되면서 대출받을 수 있는 돈 자체가 줄어든다. 다만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5억원 이하, 무주택가구주 등 이른바 서민·실수요자는 이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에 정부가 조정 대상지역의 LTV·DTI 규제비율을 강화한 건 빚을 과도하게 진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가 금리변동 등 경제 여건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돈줄을 묶어야 부동산 단기 투자 수요를 사전에 차단해 시장의 왜곡을 막고, 결국에는 가계부채도 잡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일단 정부가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주택시장 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이 거품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정부가 ‘국지적 과열’이란 인식 아래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결국 지금보다 집값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집을 사는 건 제외하고서라도 전반적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두려움에 실수요들까지 주택 구매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도 주택시장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앞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 정책 완화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이런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자세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후 경기 회복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비춘 것으로, 2014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4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 올렸는데, 올해 중에 한 차례 더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심각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상승하면서 결국 빚이 있는 가구의 금융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정부의 LTV·DTI 규제와 맞물리면 내 집 마련 수요가 감소하고 시장 분위기까지 죽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주택시장의 호황을 끌어온 건 저금리와 빚내기 좋은 환경이었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여의치 않게 된다면 주택시장도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인호 KDI 공공정책투자실장은 “LTV와 DTI 규제로 투기 수요가 쉽게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과도하게 아파트 공급을 못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규제가 이뤄진다면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투기 수요’는 어느 정도 차단이 될 것”이라며 “다만, 금융권 돈줄이 막힐 경우 이른바 전세금을 이용해 집을 사는 ‘갭(gap) 투자’가 유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