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073240)매각의 중요 변수가 된 '상표권 사용'에 대한 금호산업의 최종 입장이 오는 19일 공개된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금호산업은 당초 16일 이사회를 열고 상표권 사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개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오는 19일로 이사회 일정을 미뤘다.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열려면 의결권 있는 이사 8명 중 이해관계자인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사장을 제외한 6명이 모두 참석해야 하는데, 이 중 2명이 해외 출장 등으로 참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이사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일이 19일이라 불가피하게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며 "산업은행에도 관련 사안을 통보했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측의 요구를 일단 수용할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19일로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호산업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주주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지난 9일 제시한 상표권 사용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존 상표권 사용 조건을 다시 검토해 16일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금호산업은 19일 이사회에서 상표권 사용 조건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0.5%냐, 0.2%냐…사용요율 두고 첨예하게 대치 중

더블스타는 산은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표권 사용 조건으로 '5+15년 사용', '매출 대비 0.2% 고정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일방적 해지 가능'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 대비 0.5%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

이중 금호산업과 더블스타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문은 상표권 사용요율이다. 금호타이어 연매출이 3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했을 때 더블스타가 요구한 사용요율 0.2%를 적용하면, 20년간 내야 하는 사용료는 연 60억원씩 1200억원이다. 금호산업이 제시한 사용요율 0.5%로 계산하면 20년간 내야 하는 사용료는 연 150억원씩 3000억원으로 1800억원이 늘어난다.

금호산업은 이정도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조했다는 입장이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이 매출 대비 1%를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으며, 주요 경쟁사도 국내 계열사 0.4%·해외 계열사 1%의 사용료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0.5%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더블스타는 사용료율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 협상 길어질 경우 박삼구 회장 우선매수권 부활 가능성 커져

금호산업이 오는 19일 이사회에서 채권단 요구 조건을 수용할 경우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방산 부문 매각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호타이어는 F-16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주요 방위산업체로 등록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반면 금호산업이 사용요율 0.5%를 고수할 경우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경영권 박탈이나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 연장 거부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채권 만기일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는 최악의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상표권 협상이 길어질 경우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주식매매계약상 거래 종결일인 9월 23일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더블스타가 가지고 있는 우선협상권은 사라진다. 반면 박삼구 회장이 포기했던 우선매수청구권은 10월이면 다시 생긴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나면 부활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9월 23일 전까지 산업부의 방산 매각 승인이나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등 각종 절차를 끝내려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상표권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상표권 협상이 늦어질수록 우선매수청구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급한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을 더욱 세게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DB

◆ 타이어 업계 "더블스타, 쉽게 인수 포기하지 않을 것"

금호타이어 매각이 장기화되면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더블스타가 쉽게 계약을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 대부분 중국 칭다오시 정부가 관리하는 회사들로부터 조성됐기 때문이다.

또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업계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더블스타는 2015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34위 기업으로 광산업 전용 타이어, 도심 대중교통 버스용 타이어, 중장거리 버스 타이어, 소방 차량용 타이어 등 상용차용 타이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승용차용 타이어에 강점을 두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기술력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쌍용차 사태 때 처럼 기술력만 흡수하고 '먹튀'하는 것 아니냐, 한국 공장 문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더블스타와 거래를 끊지 않는다면 쉽게 한국 공장 문을 닫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기술력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가져야 글로벌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가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