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강행할 태세다.

김상조 위원장과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뜻밖의 일이 있었다.

김상조 위원장을 수십년간 지켜본 대학 은사, 선후배, 동료 경제학자 498명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자의 도덕적이고 청렴한 삶을 증언한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권이 공직 후보자 자격을 검증하는 대신 김 후보자를 파렴치한 학자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는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지지선언을 했다. 보수정권에서 일했건 진보정권에서 일했건 상관없이 모두 지지의사를 보냈다. 이들은 "강 후보자는 오랜 유엔 고위직 근무와 외교활동을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로서 주변 4강 외교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당면한 제반 외교 사안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여러 안보 상황이 위중할 때 국제적 식견과 친교를 지닌 강경화 후보자가 외교부 장관으로 활동하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2000년 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 총 34명 중 31명(91.2%)에 대한 임명이 강행됐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이었다. 국회의 청문보고서는 '참고' 자료일 뿐 강제력이 없다.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 정상화를 위해 임명을 강행해도 된다'는 의견이 56.1%로 '여야 협치를 위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34.2%)보다 훨씬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80% 수준이다.

야당은 과거 행태 그대로 정부에 '발목잡기'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쉽게 내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야 얻고 싶은 걸 얻어낼 수 있다. 청문회 대상인 장관 후보자들에게 실제 흠결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파렴치한으로 몰아부치고 정부를 골치아프게 해야 야당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김상조 위원장이나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문제로 지적된 것들이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아야 할 만큼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도 그런 생각인 것 같다.

시간은 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청와대 편이다. 굳이 임명을 강행해야 했을까 싶다.

야당은 "협치 포기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치 구도를 무시하고 앞으로 협치를 안 하겠다는 대통령의 자세로 판단한다." "야3당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강행된다면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하겠다." "추경 등 각종 현안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는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조각이 늦어져 국정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첫 출발을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 공백은 촛불 정국부터 수개월간 이어져 왔다. 새 정부 첫 출발이 늦어지는 것보다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청와대가 야당을 계속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달 정도 기다렸으면 어떨까. 국민 여론은 야당의 발목잡기를 질타하는 쪽으로 더 기울지 않을까. "새 정부 출발을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말을 그때 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야당의 입장도 더 궁색해졌을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20석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은 물론 과반수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상당수는 국회에서의 법 개정 또는 제정을 통해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별개로 하더라도 국민의 당과 바른정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제대로 연정을 할 게 아니라면 국민의 여론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야당을 존중해줄수록 야당의 입지는 좁아지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안 설명을 위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왜 추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반대편의 일부는 설득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대통령이 자주 국회를 방문했으면 좋겠다. '너무 비굴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