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 증시 상승에 이어 순조로운 출발을 했던 국내 증시는 약세로 전환하며 약보합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한국시각으로 다음날 새벽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앞두고 경계감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또 이날 장 중 발표된 중국 경기지표가 부진했던 것으로 나오고, 중국 상품 선물시장이 하락하며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09%(2.06포인트) 내린 2372.6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0.35%(2.36포인트) 오른 671.59에 마감했다.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29억원, 329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1328억원 순매도했다.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이 902억원 순매도해 규모가 가장 컸다.

연기금이 주로 매도한 화학이 가장 부진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화장품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LG화학(051910)은 3.93%, 롯데케미칼(011170)은 1.58%, S-Oil(010950)은 1.34% 떨어졌다. 아모레G(002790)아모레퍼시픽(090430)도 하락 마감했다.

◆ FOMC 앞두고 ‘무슨 말 할까’ 경계감…“다음날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힘을 잃은데 대해 FOMC를 앞두고 짙어진 경계감 탓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기존부터 예상해왔던 기존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가에 관해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새벽에 있을 FOMC에 대한 관망심리가 짙어졌기 때문이라 본다”며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통계를 보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한 번만 올릴 것인지 두 번 올릴 것인지에 관해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일 금리를 인상하는 건 거의 확실시 됐지만 연준 위원들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추가 금리인상을 9월에 하느냐 12월에 하느냐, 미국 경기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등에 따라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FOMC를 앞두고 앞으로의 통화 정책 방향이나 대차대조표(보유 채권) 축소 일정을 살펴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FOMC 결과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거나 적어도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통계를 봤을 때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4번째 인상한 이후에 증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는 FOMC를 앞두고 2350에서 2390 사이를 횡보하고 있는데 내일도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고 바라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의 변수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 같진 않다”며 “분기 말이 다가오는 만큼 이제 기업들의 실적 점검이나 경기 평가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옐런 연준 의장이 미국 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표명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가계소비지출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긍정적인 평가는 글로벌 증시의 반등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 경제지표 부진…아시아 증시 하락

이날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와 그 여파로 중국 증시가 하락 전환했던 점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5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예상치 6.4%를 웃돌며 양호한 결과를 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10.7% 늘어났고 전망치에 부합했다. 다만 도시 지역 고정자산 투자는 8.6% 증가해 예상치 8.8%에 못 미쳤다.

서상영 연구원은 “11시 중국 주요 실물 경제지표 발표 이후 매물이 나오며 코스피지수는 하락 폭을 키웠다”며 “지표는 예상치보다 양호한 결과를 나타냈지만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건설 관련 투자와 생산 등이 둔화됐고 자동차도 소비는 증가했지만 생산이 감소하는 등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현재 전날보다 0.75%(23.62포인트) 하락한 3130.12를 기록 중이다. 홍콩H지수는 0.18%, 대만 가권지수는 0.5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장 초반 강세였으나 점차 하락폭을 키워 전날보다 0.08%(15.23엔) 떨어진 1만9883.52엔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