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개인정보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기존 보호 규제로만 둘러싼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을 완화하는 것이다.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좀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송 의원은 "현재 데이터 활용에 관한 대내외적인 상황을 면밀히 살펴 우리나라 실정과 법체계에 걸맞은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절실했다"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는 비식별화된 정보를 전제로 한 활용근거를 마련하고 동시에 이를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예측 가능성을 높였고 비식별 조치가 이뤄진 정보들의 법적규제를 완화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 외에도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고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비식별 정보 활용에 대한 법 개정안은 꾸준히 발의됐다.
법안의 핵심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 정부는 '보호'에만 방점을 찍고있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아무리 비식별화된 정보라 하더라도 우선 보호하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며 법 개정도 요원한 상황이다.
◆ 또 뒤처지는 우리나라…지나친 규제에 발목
지난 2015년 2월 강은희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의 골자는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에 분산된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한 곳에 모아 법체계를 단일화하고 각 법이 상충되거나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는 부분을 없애자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3개 법의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는 보호라는 관점에서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아무리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국민 정서상 이를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칭하는 수많은 개념들 중 가장 하위에 있는 근본적인 자원은 빅데이터라고 입을 모은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6월 "IT(Information technology)시대는 가고 DT(Data technology)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데이터 확보와 활용의 중요성을 직시한 대목이다.
선진국은 현재 개인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 활용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인정보관련 보호법을 구성했다. 즉, 허용되지 않은 행위를 법에 열거하고 그외 열거되지 않은 행위는 원칙적으로 모두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다.
중국 역시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통해 빅데이터를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중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핵심기술 연구개발 ▲빅데이터를 통한 상품체계 구성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빅데이터 산업매출을 1조 위안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 개정으로 빅데이터 활성화해야"
반면 국내는 이 같은 빅데이터의 개념조차 법적으로 모호하며 가공·응용은 물론 데이터 축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도한 규제 체계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빅데이터의 핵심 원천 자원인 개인정보를 활용이 아닌 보호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개 법이다. 3개 법은 모두 제각각 규제방침이 다르며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산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정보의 주인(주체)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가명처리, 총계처리, 데이터 삭제, 범주화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들 경우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식별 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와 활용이라는 두가지 가치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규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심우민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에 관한 입법정책적 대응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의 경우 법률적 위임이 존재하지 않으면 단지 행정지도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심 조사관은 "가이드라인은 그 성격상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해석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지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체계적 개선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처럼 네거티브방식을 통해 허용되지 않은 행위를 명시하고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비식별조치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후조치를 통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해선 최고 수준의 형벌을 적용해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지난 달 30일 비식별 정보를 '익명 가공 정보'라는 개념으로 정의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했다. 해당 법은 익명 가공 방식을 법으로 규정하고 해당 절차를 거친 정보를 익명 가공 정보로 정의했다. 또 제3자가 익명 가공 정보를 다른 이에게 제공할 때 제공 정보에 포함되는 개인에 관한 정보의 항목 및 그 제공 방법을 공표하고 그게 익명 가공 정보라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김경환 민후 대표 변호사는 "데이터 활용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령의 개정에만 매달리지 말고, 선진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위 개념들을 연구해 이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법' 제정을 시도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물꼬를 터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