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폐지와 수능 절대평가 도입 등을 담은 입시 제도 개편 가능성이 커지면서 강남 전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집을 옮기는 맹모(孟母)들은 이미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강남 ‘명문’ 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아파트 단지를 찾아 나서면서 주변 전셋값이 이사철이 아닌데도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단지.

지난해 일반고 가운데 서울대 합격자가 가장 많았던 단대사대부고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전세 상승세가 가파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59㎡ 전셋값은 현재 7억5000만~8억1000만원 선이다. 전세 수요가 몰리는 연초에 같은 면적의 전셋값이 6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것보다 1억원가량 상승했다. 전용 84㎡ 전셋값은 10억3000만원으로 올해 초보다 약 6000만원 정도 올랐다. 이 단지는 고등학교 진학 시 단대부고를 배정받을 수 있다.

도곡동 렉슬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연초 9억5000만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세가 귀한 탓에 반전세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이 단지에 살면 단대부고, 경기여고 등으로 진학할 수 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과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낮아지면 대학이 다양한 평가 방법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학업 능력 향상을 위해 ‘학군 프리미엄’이 있는 강남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험생 자녀들을 위해 명문 학군이 몰려 있고 학원가가 잘 형성된 강남 아파트를 선점해야 한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북에 거주 중인 한지연(37)씨는 “정부가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 명문 학군에서 한동안 전세 물건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전세를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대치동으로 이사하기 위해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새로운 교육 정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영향을 받았다”며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따라 강남 지역 전셋집을 선호하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 명문 학군 지역의 전셋값 폭등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명문 학군으로 이사하는 수요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며 “교육 정책으로 전셋값이 오르더라도 갑자기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