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애플·아마존 끌어들여 '반중정서' 극복 시도
日 언론은 여전히 브로드컴 우세 전망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만의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유력 인수 후보에서 밀려난 폭스콘은 최근 애플, 아마존 등에 이어 미국의 PC·서버 업체인 델과 메모리 업체 킹스턴까지 콘소시엄에 끌어들이며 도시바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3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폭스콘의 모회사인 훙하이그룹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델과 킹스턴이 폭스콘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폭스콘은 미국의 애플과 아마존 등을 포섭한 바 있다. 궈 타이밍 회장은 구글,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제공

폭스콘은 미국 기업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맺으며 '반중(反中)정서' 극복에 나섰다. 애플, 아마존에 이어 이번에 델, 킹스턴을 끌어들인 것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도시바 입장에서는 애플, 아마존, 델 등 IT업계 '큰 손'들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인수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 폭스콘은 도시바 인수를 위해 입찰 기업들 중 가장 높은 금액인 3조엔(한화 30조원)을 베팅했다.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일본 현지 여론은 싸늘했다. 넓게 보면 중국계 기업인 폭스콘에 일본 전자산업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 없는 도시바를 매각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

게다가 미국, 일본, 한국 3개 국가가 세계 시장을 장악해온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도시바 매각으로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각국 정부의 우려도 컸다. 이런 우려는 일본 정부와 도시바 입장에서는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도시바가 폭스콘 등 중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폭스콘은 메모리 반도체 기술 유출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당근'도 쏟아내고 있다. 궈 타이밍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홍하이와 자회사 샤프가 홍하이연합 지분 40%를 넘지 않을 것이며 중국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공장 설립 등 2조1800억엔(약 22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여전히 브로드컴·실버레이크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브로드컴-실버레이크파트너스는 인수가로 2조2000억엔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산정한 최소 가치인 2조엔을 웃도는 금액이다.

브로드컴 컨소시엄과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미일(美日) 연합'도 기존의 1조9000억엔에서 2조엔으로 높이며 도시바 인수에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이끄는 미일 연합에는 최근 웨스턴디지털(WD)과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 등이 잇달아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브로드컴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찰 업체의 치열한 여론전 등으로 혼전 상황"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의 뚜껑을 열어봐야 최종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