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뜨겁게 오른 코스피시장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기관의 '팔자' 행진에 주춤했던 코스피는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수에 장 후반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장중 발표된 중국의 양호한 수출입 지표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 마녀의 날'로 불리는 쿼드러플위칭데이(Quadruple Witching Day·4개 주식파생상품 만기일)였지만, 시장에 별다른 혼란이 발생하진 않았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15%(3.43포인트) 오른 2363.5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0.53%(3.51포인트) 상승한 669.97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670.05를 기록해 670선을 넘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670선 회복에 실패했다.
◆ 코스닥, 7거래일 연속 상승
지난달 30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서도 그 기세를 이어오고 있다. '급등'이라고 표현할 만큼 그래프가 솟구치는 건 아니지만, 7거래일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 활기가 돌자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 중소형주 펀드에는 200억원 이상이 순유입됐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자금 유입은 기관과 외국인이 이끌었다. 외국인은 640억원, 기관은 211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802억원 순매도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차익실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메디톡스(086900), 카카오(035720), 비에이치(090460), 파라다이스(034230), 모두투어(080160), 코오롱생명과학(102940)등을 사들였다. 기관은 실리콘웍스, CJ E&M, 신라젠, 이오테크닉스(039030), 셀트리온(068270)등을 집중 매수했다.
조승빈 연구원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대형주 대비 상대가격이 지난 2015년 급등세를 나타내기 전인 2015년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가격 부담이 가벼워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지수는 2015년 1월 550 수준이었고 이후 급등해 6개월 후인 7월에는 780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2월부터 이달 5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637억원 규모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시현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누적 금액의 절반가량인 5309억5000만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1.77%)와 방송서비스(1.65%), 비금속(1.47%), 반도체(1.35%), 유통(0.88%) 등이 상승 마감했다. 반면 음식료·담배(-1.04%), 건설(-0.69%), 금융(-0.33%) 등은 전거래일 대비 하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시총 1위 셀트리온과 2위 카카오를 비롯해 메디톡스, CJ E&M, 휴젤(145020), GS홈쇼핑, 파라다이스,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강세를 보였다. 대부분 기관과 외국인의 선택을 받은 종목들이다.
가격 메리트와 더불어 6월에 상장하는 IPO(기업공개) 기대주가 많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코스닥시장에 불러모으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령 6월 말 상장을 추진 중인 제일홀딩스는 하림그룹의 지주사로, 하림홀딩스와 하림·팜스코·팬오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상장과 함께 시총 상위 종목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승 속도나 변동성은 코스피 종목들에 비해 불규칙적인 리듬을 보일 수 있지만, 그간 소외됐던 중소형주들이 반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네 마녀의 심술은 없었다
8일은 주가지수선물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선물과 개별주식옵션 등 4개 계약의 만기가 함께 도래하는 네 마녀의 날이었다.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쳐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보니 이를 4명의 마녀가 동시에 심술을 부리는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쿼드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증권가 일각에선 증시 혼란을 우려했다. 이번 만기는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4월 말 차익거래를 재개한 이후 본격적으로 맞이하는 첫 번째 만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8일 국내 주식시장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별로 분석해보면 우정사업본부의 코스피200 ETF(상장지수펀드)와 차익매수 규모는 해당일 차익매도와 거의 일치한다"며 "ETF 매수와 환매를 통해 초단기 차익거래를 진행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큰 손 국가지자체가 차익거래 포지션을 대부분 청산해왔기 때문에 만기에 따른 효과는 거의 없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첫 쿼드러플위칭데이였던 지난 3월 9일에도 한국 증시는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당시 프로그램 차익·비차익 매매를 통해 2000억원 이상의 매물이 쏟아졌지만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이 현물시장에서 소화해내며 지수 변동을 억제했다.
이날 중국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무역수지 결과를 발표한 것도 코스피 상승 마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은 5월 수출이 달러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8.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4월 증가율 8.0%와 시장 예상치 7.0%를 모두 웃도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입도 14.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시장 추정치(8.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하락폭을 키우던 코스피지수가 중국의 무역지표 개선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고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