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이 최근 급등하면서 국내 주택 가격 과열(過熱)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시민 단체들은 "국민 소득 대비 집값이 절대 금액으로 봤을 때 매우 비싸고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 (IMF)이 "현재 한국 집값이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다른 나라보다 비싸지 않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전문가들도 한국 집값의 적정성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IMF "과거 한국 집값과 비교해 안 비싸"

IMF는 최근 올해 1분기 '글로벌 주택 동향' 집계 결과를 업데이트했다. 이 자료에서 IMF는 2010년도 각국의 소득 대비 집값(PIR·price-to-income ratio)을 '100포인트'로 고정하고 이후 변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은 조사 대상 31국 중 25위에 해당하는 86.4포인트를 기록했다. '소득 대비 집값이 7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13.4% 싸졌다'는 의미다.

뉴질랜드(137)가 가장 높고, 오스트리아(126), 독일(124), 스웨덴(123) 순이었다. 미국(105)은 13위, 일본(101)은 15위였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슬로베니아, 그리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뿐이었다.

'임대료 대비 집값 비율(PRR·price-to-rent ratio)'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93포인트로 36국 중 25위였다. 터키가 150으로 1위였고, 뉴질랜드(140), 이스라엘(133), 캐나다(133)가 뒤를 이었다. 일본·영국·미국도 110~109였다. 다만 IMF는 별도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의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세계 50여 나라를 '침체(gloom)' '호황 진입'(bust and boom) '호황(boom)' 3단계로 분류했는데, 한국은 호황에 해당하는 21국에 포함했다.

경실련 "소득에 비춰 절대적으로 비싸"

시민 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작년말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집값'을 발표했다. 작년 기준 한국의 평균 집값은 2억8300만원으로, 1인당 GDP(2만7633달러)의 8.8배로 비싼 축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미국·영국·독일·캐나다 등 4국과 비교했을 때 둘째로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으로는 캐나다 집값이 1인당 GDP의 9.9배로 가장 비쌌고, 영국(6.8배), 독일(5배), 미국(4.8배)은 모두 한국보다 쌌다. 특히 경실련은 "주요 도시별 비교로는 서울 아파트가 가장 비싸다"고 주장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인당 GDP의 17.3배로, 밴쿠버(16.1배), 런던(15.1배), 도쿄(14.9배), 로스앤젤레스(8배), 뉴욕(6.1배)을 모두 제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독 서울만 고가(高價)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따로 떼어내 순위를 매긴 것은 일종의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독·다가구·연립 등을 모두 포함한 '서울 전체 주택'의 가격은 1인당 GDP의 14.6배로 밴쿠버·런던·도쿄 아래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심각한 과열 상태는 아니다'는 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국민 소득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1960~70년대 집값은 보통 사람이 평생 모아도 구매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과거와 비교해도 과열로 단정하기는 무리"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는지는 '위기가 왔을 때 값이 왕창 내려갈 것이냐'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1가구 1주택자는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진다고 집을 시장에 내던지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1가구 다(多)주택자에 대한 관리만 잘 한다면 일본·홍콩 같은 폭락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장기적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을 펴온 송인호 KDI 박사 역시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2015년 대비 2016년 상승 폭이 줄었고, 올해도 최종적으로는 작년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우리나라 집값이 높다고 보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가구당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2014년 4.7배에서 작년 5.6배까지 벌어졌다"며 "더욱이 평균을 가지고 낸 통계보다는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가격'이 중요한 만큼, 급격한 집값 상승을 잡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