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직장을 그만둔 김모(50)씨는 일본으로 여행 갔다가 맛본 오코노미야키(일본식 부침개) 매력에 빠졌다. 김씨는 귀국 후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았다. 경북에 살던 김씨는 이 업체 본사가 있는 서울로 향했다. 서울 본사 직영점을 찾아 맛을 본 그는 만족감에 가맹 계약을 하고 경북에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장사를 한 지 8개월쯤 지나자 본사에서 더 이상 재료 공급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답답함에 본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안 됐다. 서울 본사를 찾아갔더니 본사는 이미 폐업했고, 사장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개업 효과'로 가맹점 모으고는 '폭파'하는 프랜차이즈

최근 사업 능력이 없는 프랜차이즈가 난립, 창업했던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정 품목의 인기를 이용해 '개업 효과'로 가맹점을 끌어모아 가맹비 등만 챙긴 뒤 '폭파'하며 사라지는 업체도 있다. 폭파는 프랜차이즈 대표가 업체를 스스로 폐업하고 도주하는 것을 지칭하는 '업계 은어'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작년 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5273개 중 가맹점이 하나도 없는 곳이 1630개(31%)에 달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가맹본점 재무·사업 현황 등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가맹점이 '0'인 업체가 많은 것은 '뜬다'는 아이템이 있으면 우후죽순으로 생긴 뒤 가맹점을 늘렸다가 인기가 식으면 폐업한다는 의미다.

2013~2014년에 삼겹살 무한리필을 내세웠던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중에는 육류 도매업자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으로 재고가 쌓이자 이를 해결하려고 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소진되고 수급이 안정되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했다. 실제 이 업체들 상당수가 폐업 신고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시 공정경제과 관계자는 "우리는 프랜차이즈 사업 등록이 너무 쉬워 가맹점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중국은 2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프랜차이즈 사업을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본점 실적 부풀리기, 갑질에 신음하는 가맹점주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예상 매출을 부풀려서 가맹점주를 모으거나 특정 물품 구입 강요, 비용 전가 등 '갑질'을 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A(51)씨 부부는 지난달 집을 나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집은 세를 놓고, 전세 보증금은 빚 갚는 데 썼다. 아직 갚아야 할 빚이 1억8000만원이다. A씨 부부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2014년 11월 서울 강남 대형 쇼핑몰에 커피전문점 B사 가게를 열면서다. B사는 월매출 8000만원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월평균 매출은 3000만원이 안 됐고, 매달 약 700만원의 적자를 보자 작년 초 가게를 정리했다.

7일 오전 서울 한 커피 전문점에서 A(51)씨 부부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 1억원을 놓고 프랜차이즈 업체 B사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A씨는“돈 몇억원이 회사 입장에선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겐 전 재산”이라며“회사와 싸우려니 심신이 지치지만 추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B사 '갑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B사는 A씨에게 20여 종의 빵을 공급하면서, 한 종류당 10개씩 사라고 했다. 하지만 빵 품질은 형편없었고, 팔리지 않았다. 첫 한 달간 버린 빵만 3000여개, 700만원치였다. A씨 부부는 가게를 정리하면서 B사가 인테리어 비용 일부만 쓴 것을 알게 됐다. A씨 부부는 인테리어 공사비를 돌려받기 위해 B사와 민사 소송 중이다.

서울시가 작년 9월 1328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9.5%가 '불공정 거래 행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 서울시는 "가맹점이 가맹본부를 통해 원·부자재 87%를 사는데, 가맹점이 직접 살 경우 월평균 110만4000원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 전체 가맹점이 21만8997개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2조9000억원이 낭비되는 것이다. 최영홍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가맹본점의 예상 매출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근거 자료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