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티알이 내로라하는 국내외 거래처과 독점 계약을 맺고, 그 관계를 20년 넘는 기간 동안 돈독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용’이죠.”

지난달 31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이태리 식자재 유통업체인 보라티알 본사를 찾았다. 김대영 보라티알 대표는 “날짜에 맞게 결제를 제대로 해주고, 매출을 올려주고, 내가 말한 것에 책임을 지면 신용을 얻는다”며 “결국 사업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연애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라티알 본사 입구에 붙어있는 문구.

김 대표는 이어 “보라티알이라는 사명은 ‘보라(See)’와 트레이딩(TRADING) 의 약자인 ‘티알(TR)’을 합친 것”이라며 “사업을 하려면 우선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상대편이 뭘 필요로 하는지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논쟁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를 보고 국가를 보고, 또 세계를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 스파게티를 좋아하던 소년, 이태리 식자재 유통업체 대표가 되다

지난 1993년 설립된 보라티알은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김 대표가 이태리 식자재를 수입하는 개인회사로 출발한 보라티알은 2000년 법인회사로 전환한 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미국, 멕시코, 태국 등 세계 각국의 60여개 업체로부터 고품질의 식자재를 수입해 국내 1000여개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릴적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누나의 영향으로 스파게티를 즐겨 먹었다고 했다. 20대에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서양 식문화를 접하게 됐다.

김대영 보라티알 대표

“서양 사람들은 파스타가 주식이다. 사실 파스타가 몸에도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이 파스타를 즐겨 먹는다. 또 파스타는 만들기도 간편하다. 면만 삶아서 토마토 소스에 볶으면 끝이니까.”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군대를 제대한 뒤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당시 국내에서는 흔치 않았던 이태리 식당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우리나라에 이태리 식당이 두세개 뿐이었고, 당연히 이태리 식자재라는 개념도 없었다. ‘이거다’ 싶은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는 마음이 맞는 단 2명의 직원과 함께 보라티알을 세웠다.

◆ 주요 전략은 ‘고급화’...신용을 바탕으로 성장

김 대표는 ‘고급화’를 보라티알의 전략으로 삼았다. 그는 당시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라호텔 이태리 식당의 주방장을 통해 이태리 고급 식자재 업체 ‘데체코’를 알게 됐다. 김 대표는 무작정 연락을 취했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업계의 벽은 높았고, 순탄치만은 않았다.

“솔직히 당시 이태리 업체들이 한국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나. 수차례 거절을 당했다. 국내에서도 고급화 전략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처음엔 매출이 거의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꾸준한 만남과 설득을 통해 결국 데체코와 독점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고, 국내 거래처도 뚫을 수 있었다.”

한번 물꼬를 튼 사업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성장했다. 거래처와의 신용을 최우선으로 했던 김 대표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김 대표의 집무실 책상에는 보라티알에서 판매중인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업계 상위 업체인 데체코에서 신뢰을 쌓으니 그 다음 레벨 업체와의 계약은 비교적
수월했다. 국내 거래처도 마찬가지였다. 조선호텔과 힐튼호텔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공급한 제품을 사용했고, 입소문이 퍼지며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체, 그리고 개인 식당에서도 우리 제품을 찾게 됐다. 매출도 10%에서 15%, 또 30%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보라티알은 현재 데체코를 비롯한 롱고바디, 락탈리스, 메뉴, 이바라, 쥬카토 등 60여개 해외 식자재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국내 독점 공급 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또 호텔신라,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 힐튼호텔 등 국내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은 물론, 갤러리아, 이마트, 코스트코,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거래처와 20년 동안 이탈 없이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돌이켜 보면 사업을 하는 모든 순간이 위기였지만, 이는 결국 성장의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은 100% 확실한 것이 없다. 매일 전투를 치른다고 생각했다. 위기가 있어야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위기를 넘기려고 악을 쓰다 보면 결국 한 단계 성장하게 되고, 실제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 B2B 넘어 B2C까지…자체 식품 생산 가능한 ‘종합식품업체’ 목표

보라티알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자체 온라인몰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B2C)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외에도 일반인은 물론 국내 셰프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보라티알 본사 건물에는 직접 운영 중인 요리 학원이 있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요리 교육은 물론 신제품 시연과 제품 판매를 겸하고 있다”며 “현재 25% 정도인 B2C 비중을 2018년에는 6대 4, 2019년에는 5대 5 수준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연간 5~6번 정도 해외 거래처를 방문하는데, 식자재 신제품을 확인하는 것 뿐 아니라 식당의 인테리어 등 관련 식문화 트렌드를 국내에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라티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83억5200만원, 영업이익은 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42%, 18.17% 감소했다. 지난 2015년 11월 기업 분할을 하면서 임대수익 등 부문을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자체 사업만으로 충분히 회복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번 공모를 토대로 앞으로 가공식품만이 아닌 신선식품, 디저트 등으로 사업 품목을 확장해 종합식품기업의 토대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구축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거래선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유수의 신선식품 수입업체들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 지금은 중단했지만, 기존에 토마토 소스를 생산하던 제조공장을 활용해 자체 브랜드의 치즈 생산과 판매도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이와 관련해 공동 투자를 진행 중이고,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안정된 실적을 기반으로 투자자들과 동반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3억4780만5000원

▲주요주주: 김대영(58.42%), 나현진(39.6%), 백철웅(0.99%)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675만733주 중 168만7700주(25.0%)

▲주관사가 보는 투자 위험

-당사의 주요 상품은 호텔,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로 필수재의 성격보다 사치재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커서 민간소비심리 및 외식산업경기 등에 영향을 받음. 이 때문에 낮은 민간소비심리 수준이 지속되는 경우 당사가 취급하는 상품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음.

-당사의 납품처는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관련 식자재 유통업체 등으로 식품 및 외식산업 내 이탈리안 식문화의 위상에 영향을 받음. 식품 및 외식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다른 국가의 식문화가 시장에 침투하면서 당사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당사는 2016년말 기준으로 총자산대비 30.88%에 해당하는 약 84억원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1년 이상 경과된 재고자산 약 4억원 정도임. 만약 재고자산 비중이 현재보다 더 증가하거나 거래처와 시장 상황의 영향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재고자산 회전율이 감소하고, 보유중인 재고자산 장기 체화에 따른 평가손실이 인식되면 당사의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당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특성상 물류활동에 필요한 토지, 건물 및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함. 만약 보유 토지와 건물 가치가 하락하고 임대수요가 미진하여 수익 발생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분할 시 적용된 상법에 의거해 당사는 채무를 연대해 변제해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