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택가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지난달 지출 내역을 계산하던 김모(58)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50㎡(약 15평) 크기 매장에서 남편과 함께 하루 80~90마리의 치킨을 튀겨 판다. 지난달 매출은 4500만원. 닭고기와 튀김용 기름 등 재료비와 인건비·임차료·세금 등을 제하니 575만원이 남았다〈그래픽 참조〉. 부부가 한 달에 딱 하루 쉬면서 매일 13시간씩 일한 결과다. 김씨는 "앞으로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오르면, 치킨집 알바는 육체적으로 힘들어 최소 1만2000원은 줘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땐 한 달 수입이 420만원으로 줄어 우리 부부의 시급(時給)은 5500원이 된다"며 씁쓸해했다.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점주 김모(58)씨가 최저임금이 올랐을 경우 매장 수익을 계산하고 있다.

새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추진에 대해 중소 치킨집과 편의점, 식당, 주유소 등 저임금 알바생을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으란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들은 "경기 부진으로 갈수록 매출과 수익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대폭 늘어나면 감당할 수 없다"면서 연쇄 폐업 사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편의점·식당들 감원·폐업 고려

전국에 3만5000여 점포를 운영 중인 편의점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점주가 알바생 한두 명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3년 만에 1만원으로 오르면 하루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에선 같은 기간 하루 8만4000원, 한 달 250만원 정도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편의점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계상혁(46)씨는 "주휴수당이나 4대 보험료를 감안하면 점주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최소한 1만1500원"이라고 말했다. 계씨는 시급 1만원이 현실화하면 현재 매달 650만원 정도 인건비가 1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체 임원은 "점주 인건비를 포함해서 매달 200만~300만원 정도 수익을 내는 점포가 대부분인데, 여기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추가 부담이 100만원 이상 발생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제 직원을 많이 쓰는 식당과 고깃집 상황도 마찬가지다. 업체 대표들은 "외식업 불황이 갈수록 깊어지는데, 직원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감원 위기에 노출되는 주방 보조나 서빙 직원들은 "시급을 올려주겠다는 뜻은 고맙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면 절대 반대"라고 했다. 주유소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의 잦은 이직과 인건비 부담으로 골치를 썩기보다 아예 셀프 주유소로 바꾸겠다는 업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 업계도 비상이다. 롯데마트는 전체 직원 1만3800명 가운데 9200명이 무기 계약직인데, '1만원'으로 바뀌면 연간 55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대형 마트 고위 임원은 "인력 수요가 적은 창고형 매장이나 아예 무인(無人) 점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쇄 폐업 위기 몰린 中企

2일 오후 5000~6000개의 인쇄업 중소기업이 몰린 서울 중구의 인현동·필동·묵정동 일대에는 골목마다 일찌감치 셔터를 내린 가게가 눈에 띄었다. 한때 2교대·3교대로 인쇄기를 돌리면서 '인쇄 메카'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인쇄업을 했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일감이 줄어 적자를 내면서 영업을 하는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며 "이 주변에만 개점휴업인 인쇄 공장이 수백 개인데 이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공단인 인천 남동공단과 경기도 시화·반월공단에서도 작년 한 해 3만1000여 명이 일터를 떠났다. 불경기를 못 버티고 인원을 감축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오랜 불경기에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한 영세 중소기업들에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공단에 있는 금형 제조업체 H사(社)의 최모 대표는 "지금도 간신히 버티며 직원 25명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익을 더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최저임금안이 확정되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신입 직원들이 들어오면 1년간 최저임금을 주면서 훈련을 시키고 그다음 해부터는 임금을 매년 5~10%씩 올려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다른 직원들의 임금도 올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최저임금을 받는 신입 직원들만 임금을 올려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