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빠른 강남 재건축 단지가 전체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힘든 아파트 단지도 덩달아 값이 오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더라도 서울 강남권 아파트 공급이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부담금을 내더라도 강남권 아파트를 잡자는 심리와 집값 상승에 편승한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과 상관없이 아파트값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값은 0.30% 올랐다. 11·3 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10월 7일(0.32%)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많이 올랐다. 강동구 아파트값은 5월 셋째 주 1.11% 오른 데 이어 넷째 주에는 1.28% 뛰었다. 송파(0.68%), 서초(0.29%), 강남구(0.25%) 모두 전국 평균 상승률(0.11%)을 크게 웃돌았다.

눈에 띄는 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유력해지면서 거래가 많이 줄었던 재건축 단지까지 거래량이 늘고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4월 9건이 거래됐지만 5월에는 26건으로 거래가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나오는 이 아파트 2층 전용면적 110㎡는 1월 14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5월에는 같은 층 같은 평형이 15억3000만원에 거래돼 4개월 만에 4500만원이 올랐다.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재건축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지만, 잠실주공5단지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림잡아 2억원이 넘는 돈을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데도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단지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로 부담금을 내더라도 재건축 후 분양가를 생각하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 때문에 관심을 두는 수요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정비계획조차 통과하지 못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초 전용면적 105㎡는 12억1000만~12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2억5000만~12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분위기에 편승해 집값이 덩달아 오르는 부분이 있고 하반기 강남 이주 수요가 많다 보니 전셋값이 들썩이면서 매매가격까지 들썩거린다”며 “강남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니 투자자들이 초과이익환수제로 부담금을 내더라도 집값 상승분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이상 과열을 잡기 위해 정부가 어떤 식이든 규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내놓을 규제책은 단기적으로 대출 규제와 청약 규제, 장기적으로 보유세 인상도 있을 수 있다”며 “주택시장이 급랭할 가능성 때문에 투기과열지구 재도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