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본사 앞에선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SOS 베네수엘라'라는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최근 베네수엘라 국영기업 채권을 대거 사들인 골드만삭스를 성토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비난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든 채 "골드만삭스가 독재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가 2014년 발행한 채권 28억달러(약 3조1400억원)어치를 8억6500만달러(약 9700억원)에 매입했다. 액면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채권을 사들인 셈이다. 만기가 2022년인 이 채권에 대해 WSJ는 "연간 수익률이 40%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투자 관점에서 보면 헐값에 채권을 사들였기에 '현명한 투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채권 발행 국가가 정치 불안과 경제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라는 점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선 올 3월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이 연일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때마침 현 정부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하는 PDVSA 채권을 골드만삭스가 대거 매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현 정부가 골드만삭스에 채권을 팔아 회생 발판을 마련했고, 사실상 골드만삭스가 독재 정권에 자금을 지원한 격"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대가로 돈을 벌고 있다"며 "의회가 이번 거래를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접촉하지 않고 영국의 채권 중개 회사를 통해 정당하게 채권을 매입한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골드만삭스 측은 성명까지 내 "다른 채권 투자처럼 베네수엘라 경제가 훗날 좋아질 것으로 믿고 채권에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야당은 이를 두고 "돼지 입술에 립스틱 바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 작가인 노미 프린스도 CNBC에 출연해 "골드만삭스의 채권 매입은 기회주의적 베팅"이라며 "눈으로 보기에도, 윤리적으로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