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산업
글로벌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 2020년 5500조원 전망
창업 쉬워 불황에도 성장… 본사·가맹점 상생은 과제

2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김씨가 퇴직금으로 차린 ‘꼬꼬날드’라는 치킨집이 대박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궁여지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사업 욕심이 생긴 김씨는 멀지 않은 곳에 꼬꼬날드 2호점을 열었다. 그렇게 매장을 늘리기 시작해 1년 사이 꼬꼬날드 매장 수는 수십 개로 늘어났다.

김씨는 가능하면 모든 매장의 작은 부분까지도 직접 챙기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새로 문을 여는 꼬꼬날드 매장은 본사에서 직접 운영(직영)하는 대신 가맹점 운영자들을 모집해 그들에게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김씨가 터득한 최적화된 매장 운영 노하우와 ‘맛의 비결’을 점주들과 공유하는 대신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 다. 이제 꼬고날드는 명실상부한 외식(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불경기에도 창업과 투자가 줄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프랜차이즈 산업이다. 국제 프랜차이즈협회(IFA)는 2014년 3조8000억달러(약 4294조원)였던 글로벌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가 2020년에는 5조달러(556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 창업 초기 위험부담 적은 것이 장점
지난해 미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5230억달러(약 591조원)에 달했다. 전체 국내총생산의 3%에 육박하는 액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비율이 10%나 된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도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매장 수는 꾸준히 늘어왔다.

한국 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최근 발표 내용을 보면,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매출 149조원에 달하고 관련 고용 인원은 143만명에 이른다. 앞서 예로 든 치킨이닭 창업주 김씨의 경우를 생각하면 불황에도 프랜차이즈 산업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가맹점주(franchisee)의 입장에서는 초기 창업에 수반되는 위험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독자적으로 창업하려면 입지 선정에서 매장 인테리어, 영업과 홍보 등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시작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본사에서 마진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다 보니 단독 매장보다 이익률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국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주는 2015년 기준으로 본사에 매달 11만~88만원 혹은 매출액의 2.5~5%를 로열티로 지급한 것으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사 결과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탐앤탐스커피(88만원)와 엔제리너스(매출액 5%)가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가맹점이 영업 시작 전에 가맹본부에 미리 지급하는 가맹금·교육비·보증금 등 최초 가맹금의 경우 투썸플레이스가 391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빽다방이 1160만원으로 제일 적었다.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은 넓은 면적 덕분에 연평균 매출액도 4억8289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의 경우 한때 유행을 타고 유사업체가 난립했다가 유행이 지나면 모두 사라져 버리는 취약한 사업 구조도 문제다. 특정 아이템이 ‘히트’를 치면 그와 유사한 ‘미투’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원조와 미투 브랜드를 구분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브랜드가 원조인지 알 수 없게 돼, 결국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는 ‘치킨 게임’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70%에 달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외식업 의존도가 이 같은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은 각각 50%, 20% 정도다.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으레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 패스트푸드나 커피·도넛 전문점 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은 전 세계적인 지점망을 가진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 중에 관련 기업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전문 포털 프랜차이즈다이렉트가 발표한 올해 ‘세계 100대 프랜차이즈 기업(Top 100 Global Franchises)’ 순위에서 1~4위가 각각 맥도널드·KFC·버거킹·서브웨이로 모두 패스트푸드 업체다.

◆ 음식 외 호텔·렌터카·학습지 등 업종 다양
하지만 100위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외식 관련 프랜차이즈는 31개로 비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 업종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100위 안에는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6위)와 세계 최대 호텔·리조트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8위), 일본의 학습지 전문 기업 구몬(16위), 미국의 재즈댄스 강습 체인 재저사이즈(37위), 스웨덴의 프리미엄 반려동물 용품업체 후세(88위)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국내의 경우 치킨과 삼겹살, 커피전문점 등 몇몇 분야에 프랜차이즈 창업이 몰리다 보니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반짝 호황을 누리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외식 창업 평균 생존 기간은 3.1년으로 모든 창업 분야를 통틀어 가장 짧다. 지난해 하루 평균 3.6개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겼고 2.4개가 사라졌다.

박기영(짐월드 대표)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한국은 지나치게 외식업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구조”라며 “(외식을 제외한) 서비스업종 프랜차이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계약서만 수십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모든 조건과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지는 미국과 달리 계약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여기에 느슨한 규제도 한몫했다.

시장의 흐름을 자율에 맡겨둔 덕에 성공 사례도 많이 나왔지만,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점이 속속 불거졌다. 본사가 가맹점 업주에게 가맹비와 교육비, 시설비 등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거나 대량 구매에 따른 원자재 구매비용 절감분을 착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1일부터 프랜차이즈 업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시행이 결정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특히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제공, 부당한 거래거절(갱신거절·계약해지 등)로 가맹점 사업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가맹본부가 그 3배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부분을 두고 업계와 가맹점주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국내 가맹본부 중 약 95.4%가 연 매출 2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예비 창업자와 가맹점주들은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정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맹점 확장을 위한 과도한 영업행태로 인해 매년 100여 건의 허위과장 정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만카페 매장. 만카페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창업한 커피 전문점이다.

◆ 해외 진출 성공한 한국 프랜차이즈 증가
열악한 상황에서 오랜 세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도 적지 않다. 가맹점주와의 '상생'과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이들 업체의 공통점이다.

꼬치구이 전문점 ‘투다리’는 3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30년째 영업 중이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태국·베트남 등에서 23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기존 가맹점들의 인테리어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영업과 서비스의 최전방에 있는 가맹점주의 만족을 위해 노력한 것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1995년 설립된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는 가맹점포 500여 곳과 10년 넘게 끈끈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이상 거래한 가맹점주 자녀에게는 학자금도 지원한다. 1979년 국내 최초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탄생한 롯데리아는 ‘한우 불고기 버거’ ‘라이스 버거’ ‘모짜렐라 인 더 버거’ 등 한국인 입맛에 맞춘 제품을 꾸준히 내놓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업체도 있다. ‘한국식 치킨’으로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잡은 본촌치킨은 미국과 싱가포르·태국 등 8개국에 22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1년 중국에서 매장 수 7개로 출발한 만카페는 6년 만에 중국 전역에 160개의 매장을 확보하며 업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공항, 대학가, 도심 등 노른자위 지역에 위치한 매장도 상당수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의 해외 진출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아직은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CJ와 SPC 등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까다로운 법규로 맥도널드 등 글로벌 강자들도 조인트벤처 형태로 진출해 있는 데다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출신 프랜차이즈의 급성장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시장이 됐다.

◆Keyword
프랜차이즈(franchise)
가맹본부(franchiser)와 가맹사업자(franchisee)가 점포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방식에 대해 상호 합의하에 영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가맹본부는 상품의 판매나 기타 영업행위의 행사권리를 가맹사업자에 부여하는 대신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s)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끼친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것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배상을 치르게 함으로써 장래에 유사한 불법행위의 재발을 억제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 PLUS POINT
프랜차이즈 역사
1860년대 싱거 재봉틀이 프랜차이즈 효시
국내는 1979년 롯데리아·난다랑 등이 도입
'프랜차이즈(franchise)'의 어원은 '자유를 주다' '구애받지 않다'는 뜻의 프랑스어 'franc'에서 왔다.

프랜차이즈 운영 기법의 역사는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인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3년쯤 미국 싱거 재봉틀 회사(Singer Sewing Machine)가 자사 재봉틀 판매를 위해 소매업자들과 계약을 한 것이 현대적 의미에서 프랜차이즈의 시작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저 새로운 판매 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1890년대 들어서는 코카콜라가 싱거 재봉틀 회사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제품 생산과 보관, 유통을 현지 기업인에게 맡겨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1920년대에는 2000개가 넘는 지역 가맹점을 확보했다.

이런 형태의 판매 방식은 그 효율성을 널리 인정받으면서 20세기 초에는 패스트푸드와 자동차 사업 등으로 확대됐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해 성공을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포드는 대량 생산 시스템 확보와 유통망 구축에 필요한 자본을 충당하기 위해 독립적인 딜러들과 프랜차이즈 가맹 판매 계약을 해 재미를 봤다.

외식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영업 방식을 도입한 미국 아이스크림 전문점 하워드 존슨 매장.

◆ 1950년대 KFC, 맥도널드 시대 개막
프랜차이즈 산업의 전성기를 이끈 것은 외식업이다. 1925년 미국의 아이스크림 업체 하워드 존슨이 외식 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영업 방식을 도입했다. 1935년 미국에서 하워드 존슨의 상호를 사용하는 매장이 35개로 증가하였고, 1940년에는 100개가 넘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열풍이 분 것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더 지난 후였다.

1952년 켄터키프라이드치킨(현 KFC)이 패스트푸드 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했고, 1955년에는 레이 크록이 맥도널드를 창업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3년 뒤 피자헛까지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성공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195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창업 붐이 이어지면서 프랜차이즈 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1960년대 초반에는 관련 기업 수가 미국에서만 2000개에 달했다.

국내에 프랜차이즈 운영 기법이 도입된 것은 1979년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와 커피 전문점 ‘난다랑’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롯데리아는 일원화된 물류 시스템, 로열티를 기반으로 한 수익구조 등 프랜차이즈 특징을 제대로 갖춘 최초의 국내 사례였다. 1979년 10월 25일 (주)롯데리아가 설립됐고, 같은 날 소공동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롯데리아가 등장 이후 ‘롯따리아’ ‘반도리아’ 등 유사 모방 브랜드가 쏟아져 햄버거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짝퉁’ 브랜드의 생명력은 길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이랜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의류 전문 체인이 등장했고, 이어 치킨과 국수·커피 사업도 빠른 속도로 프랜차이즈화했다. 1990년대에는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 커피 위주였던 국내 커피 시장도 200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