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도의 코스피 랠리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대규모 자금을 증시에 투입할 채비를 마쳤다. 실적 장세에 유동성 장세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상황이다.

기관의 자금 수혈로 그동안 대형주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형주까지 끌어올리는, 진정한 의미의 대세 상승장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대형주 쏠림 현상 탓에 이를 체감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코스피 지수를 견인하는 외국인 자금이 소수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대부분의 종목들은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댈 곳은 기관투자자다. 주식시장은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두 기관의 자금 수혈로 시장 전반에 열기가 확산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 큰손들의 통 큰 투자...시장 기대감 고조

가장 큰 호재는 100조원 규모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자금 규모를 더욱 늘려나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연간 쌓이는 국민연금 적립금은 50조원 규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이중 18.4%에 해당하는 9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내년 말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9조3500억원 (18.7%) 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말에는 비중이 20% 안팎까지 높아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주식 투자액은 지난해 102조4000억원에서 내년 122조 6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규모가 107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15조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연기금인 우정사업본부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체 운용자금은 지난해 110조원, 이중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이 운용하고 있는 주식 자산은 총 8조5000억원 규모다. 여기에서 국내 주식은 6조15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 말 주식시장 차익거래에 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 불붙은 증시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차익거래란 주식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활용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 수익을 거두는 투자 방법으로 전체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준다. 우정사업본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 중소형주 더 사들이는 국민연금...비중 유지하는 우본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두 기관의 주식 투자 전략이다.

김병연·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코스닥 상승기를 돌아볼 때 기관은 5조4000억원 순매도, 외국인은 3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며 기관보다는 외국인 수급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외국인 수급이 코스피 대형주, 업종으로는 ICT(정보통신기술)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향후 기관 수급이 중소형주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투자 손실이 예상되는 중소형주 지분을 대거 털어냈다. 지분 일부나 전부를 줄인 종목 71개 중 코스피 중형주 35개, 코스피 소형주 6개, 코스닥 17개 등 중소형주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투자 전략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와이즈에프앤이 지난 26일 기준 국민연금의 대량 지분 공시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5% 이상의 지분을 신규 취득한 종목은 모두 중소형주다. 두산인프라코어(6.62%), AJ렌터카(6.24%), 자화전자(033240)(5.10%), LIG넥스원(079550)(5.06%), 화승인더(006060)(5.04%)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녹스(088390)(5.57%), 평화정공(5.07%), 코덱(5.01%) 등 3종목의 지분을 사들였다.

기존 보유한 종목 중에서 추가로 지분을 더 사들인 곳도 대부분 중소형주였다. 국민연금은 기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 258개 중 89개 종목에 대해 올해 들어 지분을 더 사들였다. 이중 66%가 중소형주(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형주에 편중됐던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중소형주로 분산될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 총괄 수장이 교체된데다 대형주의 경우 많이 오른 탓에 가격 매력도가 떨어져 중소형주로 투자를 확대해나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연금 중소형주 펀드 위탁운용사의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중소형주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형주 위주로 투자를 했지만, 최근 교체된 채준규 주식운용실장은 주식 전문가로서의 오랜 경력을 기반으로 기존과 달리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꾸려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형주가 워낙 많이 오른 상황이고, 지난해 중소형주 비중을 크게 줄여놓은 탓에 다시 그 비중을 채워놔야 한다는 고민을 연기금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주식에서 중소형주 비중을 기존 15% 안팎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지난해 연기금들이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대폭 줄일 때도 우본은 손실을 그대로 떠 안고 투자 비중을 유지해 왔다"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할 것이고 차익거래 부문의 투입 자금에만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대량지분보유 종목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