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판매 부진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기아자동차가 23일 출시하는 스포츠 세단 ‘스팅어’에 희망을 걸고 있다. 기아차는 현재 볼륨(대량판매) 모델인 K3, K5 판매가 부진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K7은 지난해 출시한 형제차인 현대차 신형 그랜저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모델인 K9의 경우에도 월 200대 수준의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스팅어의 초기 신차 효과를 극대화해 판매량을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성장세를 보이는 신흥 시장에선 현지 전략 차종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 스팅어 출시전 고객 반응 긍정적…시승·사전예약 기대 이상

스팅어에 대한 고객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시승 신청자는 이미 2000명을 넘어섰고, 스팅어의 유튜브 주행 영상은 조회수 4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수요가 많지 않은 스포츠세단이라는 점에서 시승신청 2000명 돌파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가 고성능 세단이라 더 많은 고객이 차량을 느껴볼 수 있도록 시승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라며 “현재 사전 계약을 받고 있는데 기대 이상의 계약대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스팅어.

안전·편의 사양을 대거 적용한 것도 관심을 끄는 이유다. 스팅어는 기아차 최초로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함께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기존 모델과 차별화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스팅어에는 전용 엠블럼을 적용했다. 스팅어의 새로운 엠블럼은 알파벳 'E'를 형상화했으며 후륜구동의 세로 배열 엔진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를 시작으로 하반기 출시될 신형 소형 SUV 등 신차 판매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고급 스포츠세단이라는 점에서 기아차 브랜드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입차와 경쟁구도...국산차 경쟁차량 없어

스팅어는 국산 모델 중에서는 경쟁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아차는 고급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후륜 구동 기반의 프리미엄 차종을 강화한다는 전략에 따라 그 첫번째 모델로 스팅어를 선보였다. 따라서 경쟁 차종도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가 될 수 밖에 없다.

우선 스팅어 판매 가격은 3000만원대 중반부터 시작해 4000만원대 후반대에 걸쳐있다. 가솔린 2.0 터보 모델은 3500만~3810만원, 가솔린 3.3 터보 모델은 4460만~4910만원, 디젤 2.2 모델 프라임은 3720만~4060만원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알파벳 'E'를 형상화한 스팅어 엠블럼.

가격만 놓고 보면 스팅어의 3.3 터보 모델 최고 트림의 가격은 BMW 3시리즈, 메르데세스 벤츠의 C클래스의 하위 트림 가격과 겹친다. 엔진 성능은 3시리즈와 C클래스보다 상위 모델급이다. 스팅어의 가성비가 높다.

스포츠 세단인 BMW 4시리즈 중 가솔린 2.0 터보 엔진이 적용된 428i 쿠페는 최고출력 243마력, 최대토크 35.7㎏·m의 성능을 갖췄다. 스팅어 가솔린 2.0 모델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다소 낮다. 스팅어 디젤 모델도 '420d 그랑쿠페(2.0 엔진)'에 비해 엔진 성능이 우위에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성능을 고려할 때 스팅어의 경쟁 모델로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엔트리급 세단 모델 등이 꼽힌다”라며 “기존 수입차 브랜드의 견고한 아성을 단숨에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초반 인기몰이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